바람은 나무를 흔들지만, 뿌리는 더 깊어져야 한다

김왕식








바람은 나무를 흔들지만, 뿌리는 더 깊어져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정치도, 경제도, 마치 거센 태풍 속에 있는 듯하다. 방향을 알 수 없는 바람이 사방에서 몰아치고, 누구는 가지가 부러졌다고 아우성이며, 누구는 비바람을 핑계 삼아 제 잘못까지 묻어두려 한다. 하지만 바람은 언제나 있어왔다. 중요한 건 나무가 바람을 어떻게 견디느냐지, 바람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혼란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답은 거창하지 않다. 자연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해답을 말해왔다. 첫째, ‘뿌리’를 살펴야 한다. 나무는 땅 위에서 흔들리지만, 땅 속 뿌리는 오히려 더 깊이 내려간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위기 또한 겉의 문제보다 내면의 문제가 더 크다. 불신, 무관심, 무책임, 과도한 욕망. 이것이 정치의 뿌리를 썩게 하고, 경제의 토양을 황폐하게 만든다. 그러니 다시 시작해야 할 곳은 ‘정신의 뿌리’다. 공공의 이익, 윤리, 책임, 겸손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

둘째, ‘숲’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나무 한 그루의 생존만 바라보면 숲은 황폐해진다. 정치는 서로를 공격하고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나무가 공존하는 숲을 만드는 일이다. 국민은 단지 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이고, 정책은 전략이 아니라 사람의 숨결을 지키는 수단이다. 서로 다른 생각이 있다는 건 건강한 숲이라는 증거이지, 제거 대상이 아니다.

셋째, ‘흐름’을 바꾸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강물은 거세지만, 그 물길을 돌리는 건 때로는 아주 작은 돌 하나다. 국민 개개인이 불평만 하기보다, 자기 자리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시작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정직한 소비, 올바른 정보의 공유, 참여하는 시민정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넷째, 정치인에게 요구하자. 더 이상 화려한 말장난이나 당리당략이 아닌, 삶의 냄새나는 정책을. 경제인에게도 요구하자. 숫자 놀음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투자와 상생을. 언론에게도 요구하자. 자극이 아니라 진실을, 선동이 아니라 균형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태풍이 지나간 뒤, 가장 먼저 고개를 드는 건 묵묵히 뿌리를 지킨 나무라는 것을. 흔들릴 수는 있다. 그러나 뽑히지 말자.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바람 속에서 깊이 숨을 고르며,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다시 뿌리를 내릴 때다.

그것이 혼란을 이기는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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