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숨결은 꽃잎의 목소리로

김왕식






오월의 숨결은 꽃잎의 목소리로





청람 김왕식






어느 날부터였을까.

내 창가에 와닿는 새소리가 유난히 투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공기보다 가볍고,

침묵보다 더 가까웠다.

오월이 내 방 안까지 들어와

햇살보다 먼저 마음을 건드린 날이었다.


오월의 바람은 숲 향기를 묻혀온다.

그 바람은 산등성이 너머에서 꽃잎을 빗겨 데려오고,

잊고 지낸 이름 하나를 불러오는 듯하다.

초록의 잎맥마다 물이 오르듯

내 마음도 천천히 살아나는 시간.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섬세한 색으로 피어나는

연둣빛 감정의 계절이다.


꽃이 진다.

봄날의 한 장면이 바람결에 흩어진다.

지는 꽃잎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숨의 시작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한 조각 슬픔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먼 언덕 너머, 조용히 내려앉는다.


제비 한 마리가 창을 스쳐간다.

그 날갯짓은 기억의 초침처럼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다.

작년의 그 아이일까,

아니면 같은 그리움을 타고 돌아온 또 다른 생일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그 존재 하나로도 가슴 안쪽이 조용히 젖어든다.


저 언덕의 무덤 하나,

이름 없이 덮인 흙더미 위로

작은 풀꽃이 피어 있다.

그 위에 쏟아지는 햇빛이

마치 “괜찮다”라고 속삭이는 듯,

세상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우리의 안부를 물어온다.


오월은

사월보다 더 깊은 빛깔을 띤다.

화선지에 번지는 물감처럼,

사랑이라는 말이 조용히 스며드는 시간이다.

병풍 속 난초도

이 달에는 향을 피운다.

말없이 마음에 다가와

한참을 머물다 간다.


미루나무 잎이 흔들리는 저녁,

나는 문득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햇살에 비친 뒷모습,

바람 속의 손끝,

그리고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설렘 하나.


오월이다.

햇빛이 마음의 맨살을 어루만지고,

바람은 오래된 추억을 덧칠한다.

사랑은 이 계절을 빌려

다시 말을 걸어온다.

말보다는 향기로,

눈빛보다는 꽃잎의 속도로.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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