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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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안중근
총을 들었으나 결코 증오하지 않았고, 생명을 걸었으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나이. 안중근은 나라가 없던 시대, 이름보다 신념을 남긴 사람이었다. 대한제국이 외세에 짓밟히고 무기력하게 무너져가던 때, 그는 조국의 존엄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불꽃이 되었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던 순간은 단순한 암살이 아니라, 식민의 사슬을 끊고자 한 정의의 외침이었다.
그 외침보다 더 큰 울림은 그의 의연한 자세였다. 재판정에서 그는 살기 위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는 “나는 조국을 위해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형선고를 받고도 그는 떳떳했고, 죽음을 앞두고도 오히려 일본인 간수에게 ‘동양 평화’를 말하며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설파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그를 감시하던 일본 간수조차 그에게 머리를 숙이고 존경의 뜻을 표한 사실이다. 그가 지닌 신념과 품격, 고요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는 국경과 이념을 넘어 인간됨의 본질을 일깨웠다. 안중근은 폭력으로 증오를 키운 이가 아니라, 죽음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말한 인물이다. 그의 순결한 희생은 오늘날에도 우리 모두에게 물음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그는 마지막으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려 했으나, 생이 그보다 먼저 닫혔다. 그의 뜻은 살아남았다. 총 대신 붓을 들려했던 그의 마지막 마음은 진정한 애국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말한다. ‘나라 사랑은 생명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 안중근의 삶은 역사의 한 줄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안중근과 같은 이들이 목숨을 담보로 싸워온 결과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를 기억해야 한다. 그가 남긴 이름을 넘어서, 그의 정신을 오늘로 이어야 한다.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믿음을 실천으로 옮긴 안중근, 그는 참으로 진정한 애국자였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