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어느 순간, 내가 산타가 돼 있었다
인생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삶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멋들어진 말로 포장하지 않아도, 그 본질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어릴 적엔 산타클로스를 믿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면, 양말을 걸고 자리에 누웠다. 선물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지만, 가슴은 들떴다. 산타가 정말 올까? 하늘을 나는 썰매, 선물 자루를 짊어진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 순수한 기대는 머릿속에서 실루엣을 그리고, 상상은 기적이 되어 마음속에 내려앉았다.
조금 더 크자 믿지 않게 되었다. 어른들은 웃으며 말했다. "산타는 없어, 부모님이야." 그 말이 꼭 나쁜 건 아니었다. 환상은 사라졌지만, 누군가 나를 위해 밤을 준비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이었다. 세상이 점점 명확해지며, 믿음은 사실로 바뀌고, 감정은 이해로 자란다. 그래도 그 시절의 설렘은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었다. 믿었기에 가졌던 희망, 의심했기에 배운 현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자란 나.
세월이 흘러, 문득 자신이 누군가의 산타가 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아이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연인에게 따뜻한 편지를 건네고, 친구에게 웃음을 주는 그 순간들. 누군가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에서, 우리는 더 이상 산타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산타가 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게 인생이다. 누군가를 믿던 시절이 지나,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은 단순하지만 가장 숭고한 삶의 순환이다.
복잡해 보이는 인생도 결국은 이 간단한 진실로 돌아온다. 누군가에게 받은 마음을, 누군가에게 다시 건네는 일. 아이의 눈빛 속에서 과거의 나를 보고, 어른의 미소 속에서 오늘의 내가 있음을 느낀다. 복잡한 계산 없이, 사랑 하나, 온기 하나로 이어지는 삶. 그것이 진짜 기적이다.
인생은 산타의 노정 같다.
믿고, 의심하고, 결국 닮아가는 길.
그 길 위에서 나도 누군가의 선물이 되는 순간, 비로소 인생은 아름답게 완성된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