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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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그린 창문
도시의 회색 건물 사이,
빛도 잘 들지 않는 작은 골목에 한 아이가 살았다.
그 아이의 방에는 창문이 없었다.
늘 벽만 바라봐야 했고,
그 벽은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밖은 어떤 냄새가 날까?”
“구름은 오늘도 떠다닐까?”
어느 날, 아이는 조용히 벽에 크레파스를 들이댔다.
그리고 파란색으로 하늘을,
흰색으로 구름을,
초록으로 나무와 새를 그렸다.
벽은 조용히 그 그림을 품었다.
그림 속에는 빛이 들고, 바람이 불고,
새가 지저귀고, 아이가 웃고 있었다.
어느 날, 이웃집 아주머니가 물었다.
“이게 뭐니?”
아이는 대답했다.
“창문이에요. 그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 말에 아주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 날, 옆집의 아이도 벽에 창문을 하나 그렸다.
또 그다음 날, 맞은편 가게 아저씨도 조용히 붓을 들었다.
일주일 뒤, 그 골목은
전부 창문으로 가득한 벽이 되었다.
누구는 꽃을, 누구는 고양이를,
누구는 바다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렸다.
이제 그 골목은 더는 어두운 길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이들이 멈춰 서며 말했다.
“진짜 창문은 벽에 있는 게 아니라,
그리는 마음에 달린 거야.”
창문 없는 아이의 방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그 벽 위의 그림은 매일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계절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는 것처럼.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