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말이지ㅡ 시인 변희자

김왕식





청람문학회 변희자 시인







삶이란 말이지




시인 변희자




허공도 바람도 사실은 내 마음 안에 있는 거야
아침이슬처럼 서늘하거나 서리처럼 아릿한 감정들마저도
그냥 잘 견뎌내는 거지
멀게만 보이던 그 길을 오늘도 한 걸음 더 걸었다면
그거면 된 거야
오늘 작은 기쁨 하나라도 있었다면 입꼬리 살짝 올리며 잠들 수 있었다면
그게 잘 사는 거지 그만치면 충분히 성공인 거야
삶이란 보석을 찾듯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는 것
오늘을 놓치지 않았다면 그건 참 멋진 일이야
막 미치도록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삶의 간을 천천히 입맛에 맞춰가는 거야
조금 짜고 가끔 싱거워도 맛있게 살아내는 것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지








하루를 삶답게, 한 줄을 시답게
― 변희자 시인의 『삶이란 말이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삶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그 진실은 작고 조용한 숨결 속에 있다. 변희자 시인의 시 「삶이란 말이지」는 바로 그 작고 단정한 진실 하나를 품은 아름다운 언어의 결정체다. 시인은 무언가를 외치거나 꾸미지 않는다. 대신 오늘이라는 날을 고요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살아낸다’는 감각의 언어로 우리에게 건넨다.

“허공도 바람도 사실은 내 마음 안에 있는 거야.”
이 첫 구절은 이 시 전체의 미학과 철학을 압축한다. 외부 세계는 사실 내면의 반영이며, 우리가 체감하는 모든 감정의 실체는 마음 안에 존재한다는 통찰. 여기서부터 시인은 삶을 하나의 물리적 사건이 아니라, 존재적 체험으로 끌어올린다. 바람도, 서리도, 아침이슬도 결국 마음의 감각이고, 그것을 “그냥 잘 견뎌내는 거지”라는 문장으로 수용한다.
이 담담한 어법은 시인이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삶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오늘도 한 걸음 더 걸었다면 / 그거면 된 거야”라는 구절은 시인의 핵심 가치관을 드러낸다. 삶에 대한 지나친 욕망이나 성취 중심의 태도가 아니라, ‘한 걸음’의 의미를 안다는 것, 그것이 시인의 철학이다. 그 한 걸음 안에 기쁨이 있고, 포기가 있으며, 감정의 들쭉날쭉한 풍경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길 줄 아는 마음, 바로 그것이 삶의 미학이라는 것이다.

이 시는 단지 시적 감성을 담은 문장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에서 오랜 시간 숙성된 ‘살아온 언어’이다. “삶의 간을 천천히 입맛에 맞춰가는 거야 / 조금 짜고 가끔 싱거워도 / 맛있게 살아내는 것”이라는 구절에서 시인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삶은 완벽할 수 없으며, 완벽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소박하고 불완전한 하루를 ‘자신의 방식대로 맛보는 것’, 그 과정 자체가 삶의 정수다.

변희자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을 상기시킨다. “오늘을 놓치지 않았다면 / 그건 참 멋진 일이야.” 단 한 번뿐인 오늘이라는 시간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고, 마음을 담아 살아낸 사람은 이미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그 누구보다도 삶을 성실히 응시하는 시인, 삶의 하루하루를 고요히 맛보며 ‘살아 있음’ 그 자체의 의미를 글로 옮기는 사람이다.

요컨대, 변 시인의「삶이란 말이지」는 거창한 언어로 인생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담백함 속에, 진실의 깊이가 깃들어 있다. 변희자 시인의 이 작품은 인생을 향한 다정한 시선, 작은 것의 가치를 아는 삶의 철학, 그리고 지극히 소박한 말 한 줄로 사람을 위로하는 미의식을 함께 지닌 작품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따뜻한 하루이며, 시처럼 사는 한 사람의 고백이다. 이 시를 만난 독자 또한 오늘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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