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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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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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 인생
시인 강문규
인생은 바람이고
흐르는 물이었다
어차피
맨몸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는 것
왜 이리
부질없는 욕심과
욕망이 넘쳐
화를 범하였는가
수레 가득 실었던
탐욕과 시기 질투
모두 다 버리고
빈 수레 끌고 가는
참다운 인생이 되자
인생 살아 보니
별 거 없더라
욕심 버리고
마음 비우고
마음 가는 친구와
좋은 인연 맺으니
소리 없는 빈 수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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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의 정화 속에 피어난 지혜의 언어 ― 강문규 시인의 「빈 수레 인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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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 시인의 「빈 수레 인생」은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마침내 내려놓음의 미학에 도달한 한 존재의 고요한 성찰을 담은 시다. 시인은 삶을 격렬히 살아낸 이가 아니라, 그것을 통과한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담백한 언어로 진리를 전한다.
이 시는 세속의 욕망으로 가득했던 ‘수레’를 비우고, 마침내 ‘소리 없는 빈 수레’로 귀결되는 존재의 변화를 노래한다.
서두의 “인생은 바람이고 / 흐르는 물이었다”는 구절은 존재의 유한성과 무상함을 절제된 시어로 제시하며, 불교적 무상(無常)과 도가적 자연순응의 정서를 동시에 환기시킨다. 이 표현은 인간이 삶에서 붙들려 애쓰는 모든 것이 실은 ‘지나가는 것’임을 전제하면서, 시인의 다음 고백을 위한 정서적 단초를 마련한다.
“어차피 / 맨몸으로 태어나 /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는 직설적 구절은 인생의 본질을 가차 없이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상투적 표현을 넘어, 탐욕과 집착의 무의미함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만드는 자기 해체의 언어다. 그러기에 이어지는 “왜 이리 / 부질없는 욕심과 / 욕망이 넘쳐 / 화를 범하였는가”는 자책의 고백이 아니라, 외려 모든 인간을 향한 보편적 자문(自問)이 된다.
중반부에 이르러 시인은 삶의 짐으로 가득했던 수레 ― “탐욕과 시기, 질투”라는 세속의 무게 ― 를 모두 내려놓자고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윤리적 권유가 아니라, 삶의 진실을 알아버린 자의 권면이며, 정화의 선언이다. 무게를 버린 수레는 비로소 ‘참다운 인생’으로 거듭난다. 그것은 소리가 없다. 조용하고 무탈하다. 강요하지 않으며, 다만 흘러간다. 이 지점에서 시인은 침묵의 철학, 비움의 철학을 가장 단단한 시적 형상으로 체현한다.
결말부의 “인생 살아 보니 / 별거 없더라”는 말은 허무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실존의 핵을 짚어낸 말이며, 진정한 ‘자족’의 선언이다. 그 뒤를 따르는 “욕심 버리고 / 마음 비우고 / 마음 가는 친구와 / 좋은 인연 맺으니”라는 대목은, 인생의 궁극적 가치는 결국 사람과의 관계, 즉 인연에 있다는 깊은 통찰로 귀결된다. 이 시는 외형상 담백하고 평이하지만, 내면에는 인생 전체를 통과한 자만이 쓸 수 있는 정제된 지혜의 결정이 맺혀 있다.
“소리 없는 빈 수레더라.”
이 마지막 한 줄은 그 어떤 웅변보다 강하다. 떠들썩한 인생의 끝자락에서, 가장 무겁게 울리는 침묵의 소리다. 강문규 시인의 이 작품은 비워냄을 통해 채워지는 인생의 역설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독자의 가슴속에 새긴다. 그것은 한 편의 시를 넘어, 하루의 묵상이며, 평생의 회심으로 남는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