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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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망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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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의 뿌리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청람 김왕식
사람은 누구나 흔들린다.
마음은 물과 같아서, 바람 한 점에도 일렁이고, 말 한마디에도 파동친다. 욕망이 들썩이는 세상 속에서 마음을 잔잔히 유지한다는 것은, 거센 바람 속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는 것과도 같다. 부와 명예가 아무리 높아도, 마음의 평안이 없으면 삶은 번잡하고 허무하다. 반면, 지붕 낮은 초가집과 몇 평 텃밭만으로도 진심으로 웃을 수 있다면, 그 삶은 오히려 왕후장상의 자리보다 더 빛난다.
평정심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덜어냄’에서 온다. 갖추려는 마음보다 내려놓으려는 마음, 가지려는 손보다 놓아주는 손에서 비로소 얻어진다. 무언가를 꼭 쥔 채 살아가는 삶은 불안하다. 그 쥔 것이 사라질까 두렵고, 더 많이 쥐려는 마음은 끝내 나를 지치게 한다. 그러므로 평정은 버림에서 피어난다. ‘무소유’란 단어가 말하는 것이 오히려 ‘풍요로운 내면’이라는 역설은, 수많은 성현과 시인들이 삶으로 증명해 온 진실이다.
‘뜨는 마음’이란, 아직 바닥을 알지 못한 상태다. 물도 깊으면 쉽게 출렁이지 않는다. 자신을 흔드는 말, 상황, 시선 앞에서 조용히 호흡을 고르고,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귀를 기울여 보라. 진정한 평온은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자주 외풍에 노출되지만, 내면의 문을 닫고 그 안에 자신만의 사찰을 지을 수 있다면, 아무리 세상이 시끄러워도 그 안은 늘 고요할 수 있다.
부는 인생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돈은 필요하되 전부가 될 수 없다. 부유한 삶이 반드시 평안한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것을 가진 이일수록 더 많은 불안을 품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진정 바라야 할 것은, 복잡한 세상의 한가운데서도 내 마음 하나 고요히 놓아두는 능력이다. 그것은 텃밭에 물을 주며 땅의 숨결을 듣는 일이기도 하고, 해 질 무렵 집 앞 평상에 앉아 바람 한 줄기 맞는 일이기도 하다.
작은 것에서 충분함을 알고, 남김없이 살되 미련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평정이다. 평정이 있는 곳에 진짜 ‘삶’이 있고, 진짜 삶을 아는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초려삼간의 소박함 속에 깃든 정성과, 제 손으로 일군 밭에서 얻는 감사는, 화려한 도시의 번잡한 욕망보다 훨씬 단단하고 향기롭다.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 앞에 선다. 마음이 편치 않다면 그것은 이미 삶이 편치 않다는 신호다. 그러니 삶을 다시 점검하고, 필요 없는 것들을 덜어내고, 남은 자리마다 진심을 채우는 일. 그것이 곧 평온한 삶을 시작하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그 삶은, ‘덜어낼수록 더 깊어지는 삶’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진리를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