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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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옷보다 먼저 사람을 입힌다
청람 김왕식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옷차림이 눈에 먼저 들어오지만, 마음에 남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말이다. 언어는 인격의 그림자요, 영혼의 결이라 했다. 아무리 값비싼 옷을 걸쳐도 거친 언어는 그 사람의 정신을 허물어뜨린다. 반대로 남루한 옷차림일지라도, 말이 고요하고 따뜻하면 사람들은 그 언어 속에 품격을 본다. 그 순간 남루는 비단이 되고, 말은 빛나는 장신구가 된다.
언어는 거울이다.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가장 날것의 도구다. 어떤 이는 날마다 말로 꽃을 피우고, 어떤 이는 말끝마다 가시를 숨긴다. 부드러운 말은 옷깃을 세워주는 손길과 같고, 조급한 말은 낡은 구두처럼 상대를 불편하게 한다. 말은 사는 값이 없으나, 그 가치는 천금을 넘어선다. 그러므로 언어는 입에서 나오는 즉시 그 사람의 품위를 결정짓는다.
명품 옷에 싸구려 말투를 걸치면, 비단 위에 진흙을 뿌리는 꼴이다. 언어가 밑천 없는 허세일 때, 명품은 오히려 허영의 깃발이 된다. 반면, 누더기 속에 숨은 고운 말씨는, 오래된 서가에 꽂힌 고서 한 권처럼 은은하고 귀하다. 말이 익은 사람은 언제나 조용히, 천천히 말한다. 그에게선 향이 나고, 침묵마저도 품위 있다.
이 시대는 외양을 치장하는 데 능하지만, 언어는 점점 가벼워진다. 속도에 밀려 진심은 얕아지고, 감정은 말끝마다 튀어나온다. 하지만 진정한 우아함은 말의 격에서 시작된다. 단정한 말은 마음의 질서를 드러내고, 고운 말은 하루를 부드럽게 감싼다.
언어는 비단이다. 입은 옷이 아니라 내면에서 짠 실로 지은 옷이다. 말은 벗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 새겨진다. 그러니 사람은 말로 자신을 입고, 말로 타인을 감싼다. 그것이 품격이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