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생각도 뇌의 무게가 된다

김왕식









때론 생각도 뇌의 무게가 된다
― 사색의 무게를 견디는 인간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뇌는 물리적으로는 약 1.4킬로그램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발생하는 생각의 무게는 이를 훌쩍 넘는다. 사람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손끝으로 감촉을 느끼지만, 이 모든 감각의 해석과 반응은 오직 뇌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해석의 잔향은 ‘생각’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때로는 한 생애를 좌우한다.

생각이란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형태를 가진다. 감정처럼 흐르지 않으면서도, 감정보다 깊고 무겁다. 어떤 생각은 들꽃처럼 피었다가 바람에 흩날리듯 가볍게 사라지지만, 어떤 생각은 돌덩이처럼 가슴에 얹혀 수십 년을 누른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지나간 기억 하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 하나가 뇌 속을 떠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생각이 머리가 아닌 ‘온몸의 무게’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고흐는 붓질 속에서 광기를 몰아내려 했고, 니체는 말 없는 사막을 걷듯 사유 속에 몸을 던졌다. 이들의 뇌는 단지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라, 번뜩이는 사유와 불안의 감옥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있어 ‘생각’은 삶을 빛나게도 했지만 동시에 감당하기 힘든 무게였다. 결국 그 무게는 예술과 철학으로 녹아났지만, 그전에 그것은 '고통'이었다.

현대인은 정보를 접속하듯이 생각을 만든다. 스크롤을 넘기며, 화면 속 세계를 해석하며, 끊임없이 자신과 세상을 비교한다. 이렇게 생성된 생각은 선택되지 않은 채 쌓인다. 마치 정리되지 않은 책장처럼, 필요 없는 문장을 품고도 꺼내지 못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무거운 생각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가?

생각은 무겁기 때문이다. 그것은 질문이자 기억이며, 때로는 후회다.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지?” 이런 질문 하나하나가 뇌의 구석을 차지하며 존재를 흔든다. 생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무게를 형성한다. 무게란 ‘짐’이자 ‘의미’이며, 어쩌면 ‘존재의 증거’다.

모든 생각이 짐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무게가 아니라 균형이다. 때론 생각을 내려놓을 줄 아는 가벼움도 삶의 지혜다. 고요한 새벽, 차 한 잔의 온도 속에 가라앉는 생각처럼, 우리는 때로는 멈추고, 비우고,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 뇌가 무겁다면, 그것은 ‘살기 위한 생각’이 아니라 ‘버티기 위한 감옥’일지 모른다.

생각은 곧 삶이다. 그리고 삶은 무게를 지닌다. 허나 그 무게는 반드시 짓누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무게는 우리를 뿌리내리게 하고, 어떤 무게는 더 멀리 날아가게 돕는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도 뿌리는 그 무게 덕분에 버틴다. 그렇게 생각도, 우리를 버티게 하는 또 하나의 근육이다.

오늘의 무거운 생각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무언가를 깊이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그 무게를 부끄러워하지 말자. 다만, 그 무게에 눌리지 않도록, 당신의 마음에 작은 여백 하나쯤은 남겨두자. 한 송이 구름이 머물 수 있는 하늘처럼, 생각도 흘러갈 수 있어야 하니까.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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