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계, 진실의 이름으로 돌아오다

김왕식



사상계 복간호


장준하 선생 장남 ㅡ 장호권 사상계 발행인







사상계, 진실의 이름으로 돌아오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2025년 4월 10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국 지성사에 길이 남을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사상계 복간식이었다. 1953년 장준하 선생이 창간하고, 1974년 군부 권력의 탄압으로 폐간된 이래 52년 만의 부활이었다. 이날의 복간은 단순한 잡지의 귀환이 아닌, 진실과 양심, 그리고 실천하는 지성의 복권이자 시대를 향한 깊은 질문의 재개였다.

행사장에는 장준하 선생의 장남이자 전 광복회장인 장호권 발행인(77), 장준하 기념사업회 박정수 관장, 그리고 장준하 정신을 기려온 내외 귀빈 수백 명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이번 복간의 실무를 맡아 끝까지 집념을 놓지 않은 인물은 전 녹색핵연합 회장 출신 장원(67) 편집위원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사상계가 지닌 철학과 형식을 오늘에 맞게 되살리며, 마침내 사상계 복간호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 결실은 단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시대적 소명에 대한 응답이었다.

2025년은 사상계 창간 72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하여 복간호는 특별한 형식으로 탄생했다. 총 1000권 한정본으로 출간된 이번 사상계는, 양면으로 표지를 두어 앞과 뒤에서 거꾸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한쪽은 과거의 지성과 역사를, 다른 한쪽은 미래를 향한 제안과 성찰을 담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책이 세계 최초로 ‘각각의 독자 이름’을 표지에 명기한 퍼스널 에디션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지 책의 소유를 넘어, 각 독자가 이 시대의 사상계에 함께 참여하는 일원임을 상징한다. 책이 독자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책의 일부가 되는 혁신적 구성이다.

장호권 발행인은 복간사에서 “아버지가 남긴 사상계는 더 이상 과거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며, 다시 민족의 집을 지키는 언론이 되려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유산을 지키는 것을 넘어, 아버지의 뜻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태어나게 하고 있었다.

오늘의 사상계는 단지 글을 싣는 종이 매체가 아니다. 이념과 편향, 상업성과 소음에 찌든 한국 사회의 공론장에 던지는 질문이며, 진실을 향한 외침이다. 정치, 경제, 문화, 인권, 환경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질문들에 대해 성찰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사상적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다.

장준하 선생은 생전에 “민족을 위한 길은 고통스럽고 외롭더라도 반드시 걸어야 할 길”이라 했다. 그 길이 지금 다시 열렸다. 복간된 사상계는 단지 한 권의 잡지가 아니라, 그 정신을 잇는 이 시대의 불씨다. 다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리고 다시 답한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사람을 위한 길로.

사상계는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귀환의 주인공이 되었다.





□ 장 원 교수 ㅡ 사상계 편집인






□ 김왕식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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