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변희자 시인
이상엽 작가 손주 탄생 위한 헌시
■
처음 오는 너를 위해
시인 변희자
숨결마다 초조
심장은 두근두근
내 눈과 입, 마음이
웃음으로 기다린다
너는 고요를 젖히고
힘찬 울음으로
오려무나
가장 따뜻한 바람을
작은 가슴에 듬뿍 안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오려무나
오늘따라 공기결이
참 부드럽다
할아버지가 된다는 건
진짜 어른이 되는 일
세월 끝에
꽃 하나를 피우는 일
그 꽃이 바로 너다
이따금 눈시울이 젖는
참 좋은 날이다
너를 기다리는 하루
기적이 이는
2025년 5월 20일
우리라는
세상 가장 따뜻한 말을
너에게 들려주련다
■
꽃이 되어 온 존재, 시가 되어 울려온 생명
— 변희자 시인의 「처음 오는 너를 위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변희자 시인의 시 「처음 오는 너를 위해」는 단지 한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헌시에 머물지 않는다.
이 시는 ‘존재를 맞이하는 아름다운 의례’이자, 한 시인이 가진 섬세한 감성과 깊은 생명철학이 어우러진 찬가다. 청람문학회 문우 이상엽 작가의 손주 탄생을 위해 헌정된 이 작품은, 개인적 기쁨을 넘어선 인류 보편의 감동을 품고 있다.
시의 도입부 “숨결마다 초조 / 심장은 두근두근”은 생명의 도래를 기다리는 조용한 떨림을 언어로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 그 떨림은 물리적 긴장을 넘어선, 존재가 존재를 환영하는 가장 원초적 감정이다. 변희자 시인의 섬세한 감성은 이 첫 숨결을 단순한 기다림이 아닌 하나의 '의식'으로 끌어올린다.
“내 눈과 입, 마음이 / 웃음으로 기다린다”는 표현은 생명을 맞이하는 태도의 전형이다. 시인의 눈은 세상을 보고, 입은 그 이름을 부르고, 마음은 기꺼이 품는다.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웃음이라는 온기로 전이되는 이 순간은, 작가의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긍정과 환대의 철학을 드러낸다.
중심부에서 “고요를 젖히고 / 힘찬 울음으로 / 오려무나”라고 반복하며 외치는 대목은 단순한 묘사가 아닌 시적 소환이다. 생명은 단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뚫고 ‘온다’. 시인은 이 도래를 환영하는 동시에, 그것을 소망의 언어로 엮는다. ‘가장 따뜻한 바람’, ‘두 주먹 불끈 쥐고’는 세상에 대한 시인의 믿음이자, 태어나는 존재에게 전하는 격려의 기도다.
“할아버지가 된다는 건 / 진짜 어른이 되는 일 / 세월 끝에 / 꽃 하나를 피우는 일 / 그 꽃이 바로 너다”라는 연은 이 시의 백미다. 이 대목에서 변희자 시인의 깊은 삶의 미학이 응집된다. 아이는 단순한 후손이 아니라, 세월 끝에 맺힌 한 송이의 꽃이며, 그 꽃을 피우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진짜 어른이 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는 혈연의 감흥을 넘어선 존재론적 성숙이다.
마지막 연에서 “이따금 눈시울이 젖는 / 참 좋은 날”이라 말할 때, 시인은 감정을 쏟기보다는 가만히 눈물지을 줄 아는 사람이다. 변희자 시인의 미의식은 과장 없이 깊고, 격정 없이 따뜻하다.
“우리라는 / 세상 가장 따뜻한 말을 / 너에게 들려주련다”는 마지막 문장은, 존재가 만나는 순간, 인간이 되는 가장 숭고한 언어의 탄생을 말한다.
이 시는 단지 손주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쓴 헌시가 아니다. 그것은 '환대'와 '헌신'이라는 시인의 삶의 가치가 응축된 한 편의 시적 선언이며, 사랑과 기다림이 얼마나 아름답게 언어화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작품이다.
변희자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말한다. 생명은 기적이고, 기다림은 기도이며,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누군가를 온전히 품을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그 말은 시가 되고, 그 시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꽃처럼 피어난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