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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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중턱에서
청람 김왕식
빛은 말이 없다
바람은 대답하지 않는다
감잎 하나 앞에서
오래 묵은 침묵을 배운다
어디선가 방금 피어난 하루가
제 그림자만 남기고 물러났다
기억은 등을 보이고 떠나며
시간은 등을 돌려 바라보게 한다
오월의 중턱,
햇살과 그늘이
마주 앉아 한 생을 접는다
묻지 않는다
피는 이유도, 지는 까닭도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한 일
꽃은 스스로를 증명하지 않는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