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브런치스토리 문학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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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닭 울기 전에, 지게를
지고 매일 나섰다는 시아버님
브런치스토리 작가 문학소녀
새벽닭 울기 전에, 지게를
지고 매일 나섰다는 시아버님
시인 문학소녀
아직도 새벽은 뒤척이는데
아버지는 지게이고 나서신다
텅 빈 지게 짊어지고
작대기로 어둠을 쳐내며
산기슭, 찬 이슬 적시는 아버지
아버지 등에 업힌 빈지게에
일곱 남매의 눈망울이
한 짐, 두 짐 따라나선다
무섭게 솟은 지게를
끄엉차 들어 올리고
새벽안개 낀 산을
거슬러 돌아오시는 아버지
여름나무처럼 자라는
자식들이 뒤척이는 곳으로
산처럼 너른 등에 솟은
아버지의 지게가 걸어오신다
시린 새벽 마당에는
아버지 등의 온기가 남은
무거운 지게가 돌아와 있었다
■
지게의 곡선에 담긴 삶의 미학
― 문학소녀 시인의 「새벽닭 울기 전에, 지게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문학소녀 시인의 이 시는 시집온 며느리가 된 한 여인이 남편에게서 들은 시골의 기억, 곧 시아버지의 고단한 생애를 마음으로 껴안고 써 내려간 가슴 저린 헌사이다. 그녀는 단지 남편의 과거를 듣고 기록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고여 있던 세월의 무게와 사랑의 결을 섬세하게 길어 올려 이 시에 담아냈다.
‘새벽닭 울기 전에’라는 첫 구절은 하루가 오기 전, 아직 꿈도 잠든 어둠 속에서 이미 생계를 위해 몸을 일으켜야 했던 아버지의 삶을 상징한다. 이 시의 화자는 단순한 외부자가 아니다. 비록 직접 겪은 세월은 아니나, ‘기억의 바깥’에서 그 삶을 경청하고 품어낸 공감의 서술자이다.
‘텅 빈 지게’라는 말은 허공이 아니라 생계와 부양이라는 무형의 짐을 짊어진 가장의 현실을 담는다. ‘일곱 남매의 눈망울’이 그 지게에 얹혀 따라나선다는 구절은, 가족이란 이름 아래 한 사람의 어깨에 실린 책임과 사랑의 무게를 은유한 절창이다.
특히 ‘작대기로 어둠을 쳐내며’라는 표현은 노동이 단순히 반복되는 생계가 아닌, 그 어둠 속을 밝히고 나아가는 주체적인 존재의 행위로 형상화된다. 이는 문학소녀 시인이 단어 하나에도 깊은 미적 의식을 불어넣는 방식이며, 시적 언어의 존재론적 깊이를 보여주는 증거다.
‘여름나무처럼 자라는 자식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지게는 곧 삶의 열매를 키우기 위한 헌신이다. 아버지의 걸음은 땅을 딛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주는 사랑의 노정(路程)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린 새벽 마당’에 놓인 ‘무거운 지게’는, 그 고단한 하루가 비로소 끝났음을 알리며 여전히 등줄기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노동의 흔적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 한 사람의 존재가 남긴 온기이자 기도와도 같다.
문학소녀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육체적 노동에 대한 경외, 삶을 일으켜 세운 묵언의 헌신,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걸어온 시아버지의 위엄을 기품 있게 형상화했다.
이 시는 단순한 가족 회상시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언덕 너머에서 건너온 사랑의 메아리이며, ‘지게’라는 일상 사물을 통해 한 시대의 노동과 사랑을 상징적으로 집약해 낸 고도의 서정시다. 문학소녀 시인의 미의식과 시적 메타포는 이 시를 통해 일상의 고단함마저도 한 편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