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닭 울기 전에, 지게를 지고 매일 나섰다는 시아버님

김왕식




브런치스토리 문학소녀



새벽닭 울기 전에, 지게를
지고 매일 나섰다는 시아버님


브런치스토리 작가 문학소녀







새벽닭 울기 전에, 지게를
지고 매일 나섰다는 시아버님

시인 문학소녀

아직도 새벽은 뒤척이는데
아버지는 지게이고 나서신다

텅 빈 지게 짊어지고
작대기로 어둠을 쳐내며
산기슭, 찬 이슬 적시는 아버지

아버지 등에 업힌 빈지게에
일곱 남매의 눈망울이
한 짐, 두 짐 따라나선다

무섭게 솟은 지게를
끄엉차 들어 올리고

새벽안개 낀 산을
거슬러 돌아오시는 아버지

여름나무처럼 자라는
자식들이 뒤척이는 곳으로

산처럼 너른 등에 솟은
아버지의 지게가 걸어오신다

시린 새벽 마당에는

아버지 등의 온기가 남은
무거운 지게가 돌아와 있었다





지게의 곡선에 담긴 삶의 미학
― 문학소녀 시인의 「새벽닭 울기 전에, 지게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문학소녀 시인의 이 시는 시집온 며느리가 된 한 여인이 남편에게서 들은 시골의 기억, 곧 시아버지의 고단한 생애를 마음으로 껴안고 써 내려간 가슴 저린 헌사이다. 그녀는 단지 남편의 과거를 듣고 기록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고여 있던 세월의 무게와 사랑의 결을 섬세하게 길어 올려 이 시에 담아냈다.

‘새벽닭 울기 전에’라는 첫 구절은 하루가 오기 전, 아직 꿈도 잠든 어둠 속에서 이미 생계를 위해 몸을 일으켜야 했던 아버지의 삶을 상징한다. 이 시의 화자는 단순한 외부자가 아니다. 비록 직접 겪은 세월은 아니나, ‘기억의 바깥’에서 그 삶을 경청하고 품어낸 공감의 서술자이다.

‘텅 빈 지게’라는 말은 허공이 아니라 생계와 부양이라는 무형의 짐을 짊어진 가장의 현실을 담는다. ‘일곱 남매의 눈망울’이 그 지게에 얹혀 따라나선다는 구절은, 가족이란 이름 아래 한 사람의 어깨에 실린 책임과 사랑의 무게를 은유한 절창이다.

특히 ‘작대기로 어둠을 쳐내며’라는 표현은 노동이 단순히 반복되는 생계가 아닌, 그 어둠 속을 밝히고 나아가는 주체적인 존재의 행위로 형상화된다. 이는 문학소녀 시인이 단어 하나에도 깊은 미적 의식을 불어넣는 방식이며, 시적 언어의 존재론적 깊이를 보여주는 증거다.

‘여름나무처럼 자라는 자식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지게는 곧 삶의 열매를 키우기 위한 헌신이다. 아버지의 걸음은 땅을 딛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주는 사랑의 노정(路程)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린 새벽 마당’에 놓인 ‘무거운 지게’는, 그 고단한 하루가 비로소 끝났음을 알리며 여전히 등줄기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노동의 흔적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 한 사람의 존재가 남긴 온기이자 기도와도 같다.

문학소녀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육체적 노동에 대한 경외, 삶을 일으켜 세운 묵언의 헌신,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걸어온 시아버지의 위엄을 기품 있게 형상화했다.

이 시는 단순한 가족 회상시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언덕 너머에서 건너온 사랑의 메아리이며, ‘지게’라는 일상 사물을 통해 한 시대의 노동과 사랑을 상징적으로 집약해 낸 고도의 서정시다. 문학소녀 시인의 미의식과 시적 메타포는 이 시를 통해 일상의 고단함마저도 한 편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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