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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수, 삶을 공간으로 번역한 사람

김왕식





서재


이안수 작가 부부





모티프원 전경




■ 이안수, 삶을 공간으로 번역한 사람
― 예술과 쉼, 영감과 동행의 집 ‘모티프원’을 짓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안수 작가는 단순히 한 채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가 아니다. 그는 삶과 문학, 여행과 인간을 한 자리에 앉히고, 그것들을 조용히 차 한 잔에 우려내는 ‘공간의 작가’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모티프원(Motif One)은 그의 철학이 집이 된 상징이며, 그의 시선이 벽과 책장, 커튼과 라디오에 스며든 예술적 삶의 현장이다.

그는 본래 기자였고 편집장이었다. 타자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기록하며, 매 순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 기록의 결이 삶의 본질에 닿기 위해서는 언어 너머의 공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모티프원이다.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4만 명이 넘는 이들이 그 공간을 다녀갔다. 그리고 그들은 ‘잠시 머문다’는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조용히 돌아본다’는 내면의 순례를 경험하고 돌아갔다.

모티프원은 단순한 북스테이나 숙박지가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안쪽에 숨어 있던 목소리를 다시 꺼내는 ‘글로벌 인생학교’다. 지친 이들이 도착하고, 책을 꺼내 앉고,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듣는다. 누군가는 말없이 한 문장 속에 고개를 떨구고, 또 누군가는 낯선 벽의 그림을 오래 바라보다 눈시울을 붉힌다. 이 모든 작고 미세한 울림이 가능한 것은, 이안수 작가가 ‘삶을 설계’한 방식 때문이다.

그는 『여행자의 하룻밤』에서 공간 안에 흐르는 이야기들을 꺼내었고, 『아내의 시간』에서는 사랑과 동행의 온도를 성찰했다. 그의 글은 체험으로부터 길어 올린 언어다. 체험이 글이 되고, 그 글이 다시 누군가의 쉼이 된다.

이안수 작가의 삶은 멈춤이 없다. 그는 은퇴 이후조차 아내와 함께 또 다른 여정을 떠나고 있다. 그 노정의 이름은 ‘녹명(鹿鳴)’이다.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사슴을 부르는 소리, 그 말처럼 그는 여전히 사람들을 부른다. "이쪽에 쉼이 있다"라고, "이쪽에 삶이 있다"라고.

이안수는 삶을 ‘공간’으로 번역했고, 예술을 ‘거주’의 방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의 문장은 단어보다 여백이 많고, 그의 공간은 침묵보다 향기가 깊다. 우리는 그를 통해 안다. 진정한 작가는 글을 쓰는 이가 아니라, 삶의 구도 속에 문학을 건축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의 존재와 작업은 단지 파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이 시대, 우리 모두가 가야 할 쉼의 방향, 예술의 존재 방식, 그리고 삶의 진정한 모티프를 일깨운다. 이안수라는 이름은 그래서 하나의 작품이며, 그 자신이 곧 한 권의 여행서이자 시집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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