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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의 기도ㅡ이기우 목사님의 복음적 삶과 영적 유산

김왕식







하늘과 땅을 잇는 휠체어의 기도
— 이기우 목사님의 복음적 삶과 영적 유산



시인·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하늘 아래 첫 동네 오포에서 자라나신 이기우 목사님의 생애는 단지 한 개인의 목회 노정을 넘어, 이 땅의 고통받는 이들과 분단된 조국, 그리고 온 인류를 향한 깊은 기도의 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분이 자라난 땅은 하늘과 가까웠고, 그의 영혼은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해 몸을 낮추셨습니다. 말씀은 그의 입술보다 삶으로 먼저 번역되었고, 기도는 무릎뿐 아니라 온 생애로 드려지고 있습니다.

이기우 목사님께서는 젊은 시절부터 복음이 단순한 말이나 전도의 기술이 아니라, 삶과 역사 전체를 품는 진리임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의 믿음은 교회 안에 머물지 않고, 민족의 고통과 세계의 상처를 껴안는 사랑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조용하고 절제된 언어 속에 담긴 기도는 깊고 강하며, 민족의 분열을 꿰뚫고 싸매는 자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의 분단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매우 간절하고도 절실합니다. 그는 통일을 정치의 산물이 아니라, 영적 회복으로 간주하십니다. “북녘 땅에 갇힌 영혼들도 주님의 자녀입니다”라는 말씀은, 그의 설교 속에서 늘 진심으로 울려 퍼집니다. 그는 기도의 다리를 놓아 민족의 단절을 이으시고자 지금도 쉬지 않고 기도하십니다.

그의 발걸음은 과거 어느 시절,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에 순종하는 뜨거운 열정으로 세계 곳곳을 향했습니다. 이후 장애가 찾아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시게 되었지만, 그는 결코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걷지 못하는 사명자가 아니라, 하늘을 향해 더욱 깊이 앉으신 선지자로 살아가고 계십니다. 휠체어는 목사님께 고통의 도구가 아니라, 사랑과 사명을 더 깊이 새기는 자리입니다.

강대상 위에 휠체어를 밀고 오르실 때, 많은 이들이 그의 말보다 먼저 그 존재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의 향기를 마주합니다. 그 설교는 전하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그 삶 자체가 곧 하나의 복음입니다.

이기우 목사님의 믿음은 눈물로 빚어졌습니다. 세속의 부귀를 좇기보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의 기쁨을 알고자 하셨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십자가를 품으시며, 가장 높고 깊은 하늘을 향해 사시고 계십니다.

그분의 미의식은 외면의 화려함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은혜의 빛입니다. 그는 평화를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상태로 여기시며, 남과 북이 서로 껴안고 우는 날이 올 것을 굳게 믿고 계십니다.

그의 기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침묵 속에 흐르고, 고통 가운데 울며, 끝내는 다시 사랑으로 일어서는 복음의 물결이 되어 우리 마음에 스며듭니다. 우리는 그분의 말보다, 그분의 걸음에서 진실을 배웁니다. 복음은 말이 아니라 걸음이며, 사랑은 권력이 아닌 인내라는 진리를, 목사님의 삶을 통해 깊이 깨닫게 됩니다.

그분이 걸어오신 길은 좁고 외로웠지만, 그 끝에는 언제나 주님의 나라가 열려 있습니다. 그 문을 향해, 지금도 이기우 목사님의 기도는 멈추지 않습니다.

“주님, 이 땅이 하나 되게 하소서. 눈물로 심은 복음의 씨앗이 평화의 숲이 되게 하소서.”

그 기도는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에서 피어나고 있으며, 우리 모두의 삶을 다시 복음으로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기우 목사님,
당신은 꺼지지 않는 등불이시며,
하늘과 땅을 잇는 조용한 사도의 발걸음이십니다.

당신의 자취를 따라,
우리 또한 더 낮은 곳으로,
더 깊은 기도로
함께 걷겠습니다.


이기우 목사님





대학시절 태권도 유단자의 건장한 이기우 목사의 모습 ㅡ 뒷줄 오른쪽 두 번째 짧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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