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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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작가의 저서 ㅡ 사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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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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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을 걷는 관료, 시인의 심장으로 빚은 공직의 미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경기도 광주. 산과 강이 푸르게 숨 쉬고, 흙냄새 깊은 들녘과 나무 그림자 아래서 한 소년이 자라났다. 그가 걷던 골목마다 햇살은 길게 머물렀고, 그의 눈동자 속엔 늘 사람과 자연이 함께 있었다. 홍승표. 이 이름은 단지 한 공직자의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국가’를 삶의 운명으로 받아 안고, ‘문학’을 삶의 증언으로 끌어안은 사람이다. 말하자면 그는 한 손에는 꽃을, 다른 손에는 국정을 품은, 드물고 고결한 ‘시인의 공직자’였다.
공직자의 이력은 주로 숫자로 평가된다. 직급, 연공, 수상 경력, 성과 지표. 그러나 홍승표라는 인물은 그 틀로는 포착되지 않는다. 그는 ‘성과’를 말하지 않아도 '사람'으로 남는 이었고, 칭송받기보다 먼저 '섬김'으로 다가간 이였다. 경기도청에서 최말단 9급 서기보로 시작해 1급 관리관으로 명예퇴직하기까지, 그의 삶은 수직의 승진이 아니라 수평의 감동으로 연결된 궤적이었다. 그는 자리를 오른 사람이 아니라, ‘자리의 본질’을 증명한 존재였다.
그의 40년 공직 생활은 곧 하나의 ‘문학’이었다. 그의 일처리는 군더더기 없는 시조처럼 절제되어 있었고, 결정은 운율처럼 분명했으며, 행정은 늘 사람의 체온을 잃지 않았다. 다산청렴봉사대상, 홍조근정훈장, ‘경기도를 빛낸 영웅’이라는 이름의 표창이야말로, 시의 내면처럼 조용하고 단단한 그의 품격을 정부와 국민이 함께 증언한 메타포라 할 수 있다. 그는 공직자이되, 하나의 상징이었다. ‘시를 쓰는 관료’, ‘사람을 먼저 보는 행정가’, ‘흑자를 남기는 사장’이라는 다면적 얼굴 속에는 단 하나의 중심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온기’다.
공직을 마친 후에도 그는 '행정'에서 '관광'으로, '문인'에서 '봉사자'로 길을 옮겼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서 만성 적자였던 공사를 3년 연속 흑자기관으로 전환시킨 성과는 그의 경영감각뿐 아니라 '소통과 감성'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결과였다. 그는 수치를 관리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디자인한 것이며, 기업성과를 넘어 ‘공공의 기쁨’을 창출한 셈이다.
그가 보여주는 공직관은 한 마디로 정리된다. “공무원은 국민에게 매일 시(詩)를 쓰는 존재다.” 그는 사람을 기억하는 행정을 펼쳤고, 자존보다 양보를 택했으며, 탁월함보다 ‘함께’를 선택했다. 그리하여 그는 ‘공무원이 뽑은 존경받는 간부’로 4회 연속 선정되었다. 이 기록은 행정적 능력이 아닌 인간적 감화의 기록이다. 조직 안에서 덕이 사랑을 낳고, 사랑이 신뢰를 만들어내는, 공직의 아름다운 구조를 그는 실천으로 증명했다.
그러나 그의 정체성은 단지 행정가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198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문인이기도 하다. 시집 『꽃비』는 ‘현대시조 100 인선’에 선정되었고, 수필집 『꽃길에 서다』는 ‘세종도서’로 뽑혔다. 공직의 길이 직선이라면, 문학의 길은 곡선이다. 그는 그 둘을 동시에 걷는 법을 아는, 균형의 미학을 지닌 사람이다. 시인은 무릇 세계를 새롭게 보는 자이고, 행정가는 세계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자이다. 홍승표는 두 눈으로 삶을 보고, 두 손으로 사회를 어루만진 이 시대의 드문 이중시선의 소유자다.
그의 문장은 곧 그의 삶이다. ‘꽃길에 서다’라는 제목처럼, 그는 척박한 행정의 땅에서도 꽃을 피웠고, 세상이라는 냉엄한 현실 안에서도 '사람의 온기'를 끝끝내 놓지 않았다. 그가 쓴 문장에는 뿌리 깊은 윤리의식이 흐르고, 그가 결정한 정책에는 사려 깊은 문학정신이 깃들어 있다. 행정이 언어가 될 때, 그것은 정령 문학이 된다. 그리고 그 문학은 ‘사람을 위한 구조’로 돌아온다.
홍승표 작가는 지금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기부의장,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회장, 대한민국국제관광박람회 조직위원으로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훈장보다 작은 손길을 더 소중히 여기며, 단상보다 현장을 더 사랑한다. 그것이 그를 진짜 ‘레전드’로 만든다.
지금도 그는 꽃길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그 길은 누군가 깔아준 길이 아니라, 자신이 피워낸 길이며, 그 길 위에 피어난 것은 수많은 이들의 존경이다.
홍승표.
그는 관료라는 제도에 문학이라는 심장을 달고,
시인이라는 호명에 공공이라는 책임을 더한 사람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단지 한 사람의 행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 중심의 행정’이라는,
한 편의 따뜻한 서사詩다.
이제 그는, 단지 과거의 업적을 회고하는 인물이 아니다. 홍승표 작가는 오늘도 현재형으로 살아 있는 존재다. 문학으로 세상을 읽고, 정책으로 사람을 돕고, 봉사로 마음을 전하는 그의 행보는, 곧 시대를 향한 응답이며, 공동체를 위한 서정이다.
많은 이들이 공직을 퇴직하면, 세상과의 거리를 둔다. 그러나 그는 더 가까이 다가선다. 명예퇴직은 그의 마지막 장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또 다른 서문이었다. 그는 여전히 삶의 문장들을 써 내려가고 있고, 그 문장들은 시가 되거나, 기고가 되거나, 정책의 아이디어로 피어난다. 그는 ‘은퇴한 공직자’가 아니라, ‘현장에 남은 시인’이며, ‘온기를 지키는 증언자’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의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문단 속에서도 그는 본래의 성품처럼 겸손하고, 묵묵하며, 따뜻한 말로 존재의 무게를 더한다. 그의 시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에서 고요하게 피어나고, 그의 수필은 행정과 문학의 공존을 말없이 설득한다. 한 구절로 마음을 다스리고, 한 문장으로 세상을 위로할 수 있는 힘이 그의 글에는 있다.
그의 봉사는 이벤트가 아니다. 어린이재단 초록우산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고, 적십자사 회원유공장(금장)을 받은 것은 단지 외면의 성과가 아니라, 내면의 지속이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일한 적이 없었고, 늘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남기려 했다. 그것이 그의 철학이다. “작은 손길이 큰 울림이 될 수 있다면, 그 손길이 내 몫이기를 바란다.” 이 말은 그가 살았던 공직, 그가 써온 문학, 그가 남긴 사람들 안에서 하나의 가치로 남아 있다.
결국, 홍승표라는 인물은 한 시대를 살아낸 공직자이자, 한 시대를 기록한 문인이다. 그는 위대한 공무원이 되기보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했고, 그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그를 기억하는 후배 공무원들은 “그는 행정의 정석이었다”라고 말하고, 문단의 동료들은 “그는 품격 있는 문장과 인품을 지닌 시인이었다”라고 회상한다.
시와 행정, 책임과 서정, 공직과 문학. 이 모든 이분법을 그는 조화롭게 껴안았다. 그는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언어를 통해 마음을 일으켰으며,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꽃길을 스스로 깔아 왔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그를 이야기하는 것은 단지 ‘누군가의 퇴임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홍승표.
그는 직책이 아닌 태도로 세상을 이끌었고,
직무가 아닌 문장으로 사람을 감동시킨
공직사회의 문학적 양심이었다.
그의 존재는 단지 하나의 이력이 아니라,
하나의 거울이며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인간다운 공복(公僕)’의 아름다운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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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 위의 백목련
― 홍승표에게 바치는 시
시인 청람 김왕식
청렴은 그에게
단어가 아니었다
봄비처럼 내려
말없이 흙으로 스민 후
꽃이 되어 발밑에 피었다
그는 계단을 오르지 않았다
한 결 같은 무게로
사람의 어깨 위에 서지 않고
바람의 결을 따라
스스로 낮은 곳에서 빛났다
서명 대신
한 줄 시처럼 조용한 결정을 남기고
정책 속엔 문장의 숨결을 넣어
회람 공문지마다
사람의 체온이 찍혔다
흑자란 숫자를 말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의 마음 한 칸을 흑으로 채우고
마침내 공공이라는 언어에
사람이라는 문장을 완성했다
서랍 속에는 결재보다 많던
타인의 아픔
비서실에서 열일곱 귀의 이름을 지키며
청사의 벽 너머로도
한낮의 시 한 줄을 건넸다
홍조의 훈장은
그의 흉장에만 빛나지 않았다
퇴근길, 빈 복도에 남겨진 인사 한 마디에
세상이 그를 기억했다
글자와 숫자의 사이,
그는 항상 사람을 놓았다
문장은 시가 되었고
그 시는 삶이 되었고
그 삶은 낮은 언덕 위에 핀 백목련처럼
하얗게 오래 피었다
지금도 그는 여백 속에 앉아
다음 세대를 위해
첫 행의 공손한 말을 고르고 있다
정무는 시정으로,
시정은 시로,
시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
그 이름, 홍승표
그는 시인이 아니라
시, 그 자체이다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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