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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묻는 바람의 언어

김왕식


낡은 의자







가치를 묻는 바람의 언어





가장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일까.
그 물음 앞에 삶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된다. 어떤 이는 보석함을 열고 숫자를 세고, 어떤 이는 연단에 서서 박수를 들으며 답을 찾는다. 그러나 진정한 삶의 가치는, 사람들이 떠나간 빈 의자에 앉아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는 순간에 피어난다.

가치 있는 삶은 눈에 띄지 않는 꽃이다. 들풀처럼 피었다가 지더라도, 바람 한 점에 그윽한 향을 남기고 가는 그런 삶이다.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보다,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 한 그루로 서는 일. 계절 내내 자신의 푸르름을 주장하지 않고, 가을이 와서야 조용히 잎을 떨구는 삶이다.

가장 가치 있는 삶은, 물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소리 없이 흐르되 어느 곳에 닿아도 그곳을 살리고, 때로는 길을 잃어도 마침내 바다에 이르는 그 겸허한 궤도. 물은 스스로의 무게를 자랑하지 않지만, 가장 깊은 생명을 품는다. 그렇게 삶도, 가장 낮은 곳에서 빛난다.

사랑을 감당한 사람의 삶이 가장 아름답다. 그러나 그 사랑은 불꽃이 아니라 등불이다. 한 사람의 밤을 밝혀주는 등불. 그 불빛은 작고 흔들려도, 끝끝내 꺼지지 않기에 한 존재의 길이 된다.

또한 가치 있는 삶은, 자신의 상처를 창문으로 바꾸는 삶이다. 오래 닫힌 마음의 벽을 허물고, 바람과 햇살이 드나들게 한 사람. 그 창문 틈으로 다른 이의 고단한 숨결이 들어올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이 모든 것을 앗아가도, 한 사람의 진심은 남는다.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그 사람 참 따뜻했지’ 하는 한 문장으로 살아남는다면, 그 삶은 끝내 불멸이다.

그러니 가장 가치 있는 삶이란, 바람처럼 다녀가도 향기로 남는 삶이며, 잎처럼 흔들려도 뿌리처럼 깊게 머무는 삶이다. 누군가의 그림자가 되어주는 햇살, 누군가의 울음에 귀 기울이는 침묵, 그리고 언젠가 먼 길 끝에서 ‘참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안아주는 그 한순간.

그리하여 삶은 묻는다.
"너는 오늘 누구의 등을 따뜻하게 해 주었는가?"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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