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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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별에게 바치는 생일의 노래
ㅡ자연인 트럭운전사 안최호 작가님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늘은 한 생이 이 땅에 첫 발을 내디딘 날입니다. 하지만 그 생은 케이크 앞에서 초를 끄는 대신, 헤드라이트를 켜고 어둠을 가르며 도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미역국 앞에서 가족의 축복을 받겠지만, 그는 차가운 도시의 이슬 속에서 차창에 맺힌 물방울 하나로 아침을 씻습니다.
안최호. 그 이름은 그저 한 인간의 호적에만 새겨진 것이 아니라, 매일 새벽 무수한 짐을 싣고 달리는 한 대의 트럭처럼, 이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무거운 진실을 나르는 이름입니다. 그는 트럭운전사이고, 작가이며, 무엇보다 자연인입니다. 자연을 닮은 사람. 구부러짐도 꺾임도 없이, 늘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어제도 그는 졸음과 싸우며 생계를 실었습니다. 오늘도 그 삶은 다르지 않습니다.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그의 타이어 자국은 마치 우리 사회의 억척스러운 자화상 같고, 고요한 캡 안에서 들리는 라디오는 외로운 순례자의 기도처럼 울려 퍼집니다. 그 기도는 주장을 담지 않고, 대신 삶을 견디는 이들의 체온을 나릅니다. 바로 그가 쓰는 문장이 그렇습니다. 말보다 조용하고, 철학보다 뜨겁고, 신념보다 부드럽습니다.
안최호 작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이 순간, 우리는 그를 향한 박수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박수는 꽃다발이 아닌, 동틀 무렵 휴게소의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일 것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사람은 도로 위에서 더 정직해진다”라고. 그렇기에 그는 거짓 없이 살았고, 화려하지 않아도 단단했습니다.
그의 생일은 달력이 아닌, 그의 달리는 궤적 속에 새겨져야 합니다. 세상의 축복이 그의 브레이크등을 따라 조용히 빛나기를, 그가 홀로 마시는 컵라면 국물 속에도 무심한 하늘의 위로가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안최호 작가님, 오늘은 당신이 태어난 날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신이 여전히 살고 있다는 사실, 그 치열하고도 고요한 생존의 행위 자체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보다, 당신답게 살아가는 것이 더 큰 기적입니다.
생일을 축하합니다. 당신은 오늘도, 가장 멋진 방식으로 당신의 하루를 쓰고 계십니다. 아니, ‘생의 문장’을 운전 중이십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