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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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람문학회 창간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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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람문학회
― 말보다 깊은 뿌리,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문학은 꽃이 아니다. 그것은 꽃을 피우기 전, 보이지 않는 뿌리의 울음이다. 찬 바람 속에서도 흙 속에 침잠해 제 호흡을 지켜내는 씨앗처럼, 청람문학은 외침보다 고요를 택하고, 겉보다 속을 더듬으며 탄생했다. 『한국청람문학회』는 눈부신 문장 하나보다, 사람이 문장이 되는 길을 믿는다.
이 문학회는 말의 화려함보다 마음의 진심을 우선으로 삼는다. 일시적인 감탄보다는 오래도록 남는 울림을, 유행하는 스타일보다 시대를 뛰어넘는 품격을 추구한다. 문학이란 결국 ‘사람’이며, 그 사람이 살아낸 하루하루의 숨결이 진실한 글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문학’이라 부를 수 있다.
청람문학회는 각자의 삶에서 길어 올린 내밀한 진심들을 모아 하나의 숲을 이루고자 한다. 혼잣말 같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문장들, 세상 한켠에서 조용히 쓴 시 한 줄, 어느 마을의 연기 같은 수필 한 토막, 그것들이 모여 ‘사람의 마을’을 이룬다. 그 마을의 이름이 곧, 청람이다.
‘청람’은 세상의 탁류를 뚫고 지나가는 진정성의 기류이며, 혼탁한 문단의 상투성에 맞서는 작은 숨결이다. 우리는 그 푸른 바람이 되어, 독자에게는 숨 쉴 틈을, 작가에게는 잊고 있던 문학의 처음을 되돌려주고자 한다.
청람문학은 기성의 틀에 갇힌 ‘작가 중심’의 권위 대신, ‘작품 중심’의 진심을 세운다. 시든 수필이든, 작가의 이름이 아니라 문장의 힘이 말하는 공동체. 등단 여부나 출판 유무보다, 삶의 온도와 표현의 깊이를 중심에 둔다. 그래서 우리는 ‘문단’이 아닌 ‘문학’을 한다.
우리가 모여 쓰고, 함께 나누는 이 문학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에 바르는 연고이고, 희망을 일깨우는 불씨이며,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존엄하게 기억하려는 마음의 의식이다. 청람문학회는 그 마음의 사원을 짓고자 한다.
이 숲에 들어서는 이들은 시인일 수도 있고, 평론가일 수도 있으며, 그저 한 사람의 독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든, 진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청람의 바람을 타고 이 마을의 주민이 될 수 있다. 이곳에는 계급이 없고, 다만 ‘말을 존중하는 마음’만이 입장권이다.
청람은 문학의 초심을 되묻는다. 글을 쓰는 이에게는 왜 쓰는지를, 읽는 이에게는 무엇을 읽고 살아야 할지를. 그 질문 속에서 우리는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한 문장을 찾는다.
『한국청람문학회』는 그 문장들의 따뜻한 고향이 되기를 소망한다.
푸른 바람이 머무는 곳, 말이 사람을 닮는 곳.
그 이름은, 청람이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