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대통령을, 원한다!

김왕식










투표일의 아침, 한 표에 담긴 나라의 품격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늘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아침 햇살이 유난히 고요하다.
동네 초등학교 교실 한 켠, 유권자들은 말없이 줄을 서 있다. 손에 들린 신분증 하나, 그것이 오늘 우리가 가진 힘이다. 겨우 몇 초면 끝날 그 한 표가, 앞으로의 5년을 결정짓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의무라 하고, 누군가는 권리라 한다. 그러나 오늘의 투표는 단지 의무나 권리를 넘어,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다.

혼란한 정국이다. 대립은 갈등을 넘어서 혐오가 되고, 정치 언어는 품격을 잃은 지 오래다. 자극적 단어들이 언론을 타고 번지고, 포퓰리즘이 사실을 밀어낸다. 정치는 소명보다는 생존의 수단이 되었고, 국민은 선택의 주체이기보다 소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한 표를 던지며 묻게 된다. 이 나라의 중심에는 진심이 있는가, 아니면 연출된 이미지뿐인가?

대통령이란 자리는 단지 한 사람의 정치적 성공이 아니다. 그것은 나라의 인격을 상징하는 자리이며, 민심을 품고 징치할 책임을 짊어진 존재다. 진정한 지도자는 숫자와 통계를 넘어 사람의 눈빛을 읽을 줄 알아야 하며, 국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유능함은 기본이지만, 덕망 없는 유능은 언제나 위험하다. 오늘의 한 표는, 그 ‘품격 있는 유능’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지도자가 된다 함은 '나를 따르라'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낮은 자리에 앉을 줄 아는 용기를 갖는 일이다. 진정한 대통령은 적을 만들기보다 아픈 사람을 품을 줄 알아야 하며, 지지자보다 반대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갈라진 민심 위에 다시 다리를 놓고, 오래된 상처 위에 진심의 붕대를 감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다.

한 표는 작다. 그러나 그 표는 내 삶과 내 아이의 미래를 담는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사회, 내가 꿈꾸는 정의, 내가 지키고 싶은 이 땅에 대한 신념의 표현이다. 누구를 찍는가 보다 중요한 것은, 왜 찍는가이다. 그 ‘왜’를 잊은 정치에는 희망이 없고, 그 ‘왜’를 묻지 않는 시민에게는 미래가 없다.

오늘 투표장에서 우리는 묵묵히 기다리며 생각한다. 이 나라의 대통령은 강한 사람보다 바른 사람이기를, 유명한 사람보다 유능하고 겸손한 사람이기를. 권력을 행사하기보다 봉사의 자리로 삼는, 그런 한 사람이기를.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반드시 국민의 고통과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를.

민주주의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을 성숙하게 채워가는 것이 바로 유권자의 몫이다. 오늘 이 나라를 위해, 이 나라의 사람들을 위해, 고요히 한 표를 던진다. 그것은 단지 투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다.

다시, 희망한다. 오늘 이 작은 선택이, 내일의 새로운 품격이 되기를.

원한다.
정직한 대통령을!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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