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자 시인의 「소주, 이 맛이야」를 읽고

김왕식



변희자 시인







소주, 이 맛이야

시인 변희자





실험실에서나 날 법한
알코올 냄새에
눈 휘둥그레지던
서양 친구들

삼삼오오 둘러앉아
초록병뚜껑 딸깍 따며
“짠!” 하고 외친다

노릇노릇 삼겹살 한 점
쌈장에 푹 찍어 입에 넣고
“부라보! 부라보!”
문화 대사급 액션

차가운 소주 한 잔에
뜨거운 삼겹살 한 점

알딸딸해져서
아라리오 검색하더라

우정, 사랑, 어깨동무
한류열풍 세계화라







■ 소주, 문화의 짠! 한 울림
― 변희자 시인의 「소주, 이 맛이야」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변희자 시인은 정작 소주 한 잔 못한다.
그럼에도 그의 시 「소주, 이 맛이야」는 그야말로 한평생 술로 세월을 보낸 애주가의 흥이다.
이 시는 한 편의 소박한 풍경화이자, 유쾌한 문화 에세이이며, 궁극적으로는 ‘한 잔의 소주’에 담긴 시대 감수성과 정서 교감을 발랄하게 펼쳐낸 현대적 시편이다.
시인은 진지하지 않다. 그러나 그 진지하지 않음 속에 문화의 깊이와 소통의 본질, 그리고 한국적인 미감을 유쾌한 리듬으로 녹여낸다.

서두에서 “실험실에서나 날 법한 / 알코올 냄새에 / 눈 휘둥그레지던 / 서양 친구들”이라는 장면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문화 충돌의 흥미로운 풍경이다. 이방인의 놀라움 속에서 이미 독특한 문화 코드가 시작된다.
시인은 여기서 경직된 설명이나 민족주의적 시각에 매몰되지 않고, 단지 소주 특유의 냄새를 ‘실험실’이라는 기발한 은유로 풀어낸다. 유머와 간결한 표현이 빛나는 지점이다.

시의 압권은 “초록병뚜껑 딸깍 따며 / ‘짠!’ 하고 외친다”라는 구절이다. 이 짧은 동작은 단순한 음주의식이 아니라, 세계인이 하나 되어 웃는 순간의 표징이다.
여기에는 술이라는 매개를 넘어선 문화적 접촉, 말없이도 통하는 감정의 축제가 들어 있다. 시인의 문체는 가볍지만, 그 안에 담긴 시선은 정확하고 세련되다.

“노릇노릇 삼겹살 한 점 / 쌈장에 푹 찍어 입에 넣고 / ‘부라보! 부라보!’”라는 대목은 이 시의 압권이다. 이 구절은 ‘음식-언어-몸짓’이라는 삼박자가 유쾌하게 어우러진 장면으로, 외국인이 한국 문화를 온몸으로 수용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포착한다. ‘문화대사급 액션’이라는 위트는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장면을 통쾌하게 승화시킨 언어적 기지다.

마지막 연에서 “우정, 사랑, 어깨동무 / 한류열풍 세계화라”로 맺는 방식도 인상 깊다. 감정이 알딸딸해진 뒤의 '아라리오 검색'이라는 언급은, 단순한 술자리를 넘어 한국의 예술과 문화로 뻗어가는 확장의 상징이다. 그 끝에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어깨동무라는 감성의 단어들로 결론을 맺는 구성은, 시인의 미의식이 단지 재미나 풍속을 넘어서 ‘인간적 소통’이라는 본질에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변희자 시인은 이 시에서 한국의 식음 문화가 세계와 어떻게 소통하고 스며드는지를 능청스러운 어법으로 그려낸다. 그러나 그 웃음의 이면에는 정체성에 대한 애정과 열린 문화의식이 선명히 배어 있다.
『소주, 이 맛이야』는 단순한 휘발성의 노래가 아니라, 술 한 잔을 둘러싼 세계인의 감각적 동행을 그린, 아주 ‘시답고도 맛있는’ 찬가다.

이 시는 소주병처럼 초록빛이다. 눈은 맑고, 마음은 따뜻하며, 입가엔 웃음이 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나 함께 들이켜도 좋은 '문화의 짠!'이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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