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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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동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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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빛으로 살아온 사람
― 김미동 선생을 기억하며
김미동 선생이 계시다.
이름부터가 특별하다. ‘*미동(美童)’이라 함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아름다운 아이’이거니와, 그 이름이 가진 어감은 나이가 들어도 쉬이 바래지지 않는 한 사람의 성정과 닮아 있다. 6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김 선생은 여전히 그 이름처럼 순정한 미모와 따뜻한 기운을 간직하고 계신다. 외모의 아름다움보다도 마음의 결이 고운 분이다. 세월이 그 흔적을 남길지라도, 김미동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첫인상의 결은 마치 오래된 성경책 한 장처럼 여전히 향기롭고 단정하다.
김 선생은 오랜 시간 교단에 몸담으며 학생들을 가르쳐오신 참 스승이다. 전공은 영문학. 문학을 사랑하고, 언어를 경외하며, 인간의 내면을 섬세히 들여다볼 줄 아는 분이었다. 그러나 선생의 진정한 교육은 교과서 너머에서 이루어졌다. 학생들에게 단어를 가르치기보다 사람을 가르치고, 문장을 해석하기보다 마음을 해독하는 법을 일러주셨다.
무엇보다 김미동 선생의 삶을 이루는 중심에는 신앙이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한 주도 예배를 거른 적 없고, 아침을 말씀과 함께 여는 태도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습관이자 삶의 중심축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은 말이 다르고, 눈빛이 다르고, 기다림의 방식이 다르다. 김 선생이 그러했다. 소리를 내지 않고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존재. 조용히 기도하듯 학생을 품고, 묵묵히 빛처럼 교정을 걸으시던 그 모습은 수많은 제자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선명하다.
한 번은 학생이 힘들다고 털어놓자, 선생은 그저 손을 꼭 잡고 한 마디만 하셨다고 한다.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야.” 그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삶을 돌려놓았다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김미동 선생의 말은 언제나 따뜻했고, 말수가 적어도 그 말에는 기도가 배어 있었다.
교육은 결국 사람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김미동 선생은 그 일을 오래도록 감당해 왔다. 책상 앞에 앉아 계실 때도, 복도를 조용히 지나실 때도, 선생의 모든 행동은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본보기가 되었고, 위로가 되었고, 길이 되었다.
세상이 빠르게 흐르고, 교육의 현장이 점점 더 소란스러워질수록 김미동 선생 같은 분은 더욱 귀해진다. 그분은 말보다 먼저 실천으로, 겉보다 속으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온 진정한 ‘미동(美童)’이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동심의 투명함과 신앙인의 겸허함, 스승의 존엄함을 동시에 간직한 이 보기 드문 인물 앞에 마음이 절로 고개를 숙인다.
지금도 김미동 선생은 누군가에게는 기도의 이름이고, 누군가에게는 기억 속 가장 따뜻한 교사이다. 이름 그대로, 아름다움이 있는 아이처럼, 오래도록 사람의 마음에 순수함을 남기는 분이다. 조용히 빛나는 별이 있듯, 선생은 세상의 소리 많은 곳에서 묵묵히 빛을 비추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 글을 빌려 감사와 존경을 올린다.
김미동이라는 이름을 통해, 세상은 조금 더 맑고 따뜻해졌다.
---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