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의 미학, 결핍의 온기 ㅡ 청람 김왕식

김왕식







틈의 미학, 결핍의 온기
― 연잎 한 장의 비틀림처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완전함은 아름답다.
그러나 완전한 아름다움은 때때로 감동을 거부한다. 연꽃 한 송이가 아무리 고결하다 한들, 그 옆에 살짝 비틀어진 연잎 하나 없었다면 피천득의 수필은 그토록 깊은 여운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단정한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파격, 그것이 바로 '결핍의 온기'이며, 인간적인 공감은 그 틈새에서 시작된다.

이란의 장인이 수개월에 걸쳐 짜낸 페르시아 카펫에는 일부러 작은 흠을 남긴다. 이는 신만이 완전할 수 있다는 겸허한 고백이자, 마감보다 여백을 신뢰하는 지혜의 표현이다. 북미 원주민들이 꿰어 넣는 깨진 구슬 하나, ‘영혼의 구슬’이라 불리는 그것 역시, 단조로운 완성 속에서 생명의 떨림을 담아낸다. 파열 없는 구조는 무미하고, 틈 없는 아름다움은 감정을 밀어낸다.

제주 돌담이 거센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돌과 돌 사이를 완전히 메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빈틈이 있어 바람이 빠져나가고, 그 여유가 결국 강함이 된다. 삶도 그러하고, 사람도 그러하다. 흠 하나 없는 얼굴보다 주름진 눈가가 오래 기억에 남고, 유려한 언변보다 한 번의 머뭇거림이 마음을 울린다.

비틀어진 연잎 하나가 그러하듯, 우리는 완벽 속의 어긋남에서 진정한 정서를 발견한다.
그 틈이 있어 안도하게 되고, 그 결핍이 있어 사람다움에 젖는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빼곡히 채운 관계는 언젠가 숨이 막히고 곪아 터진다. 적당한 거리와 여백, 그것이 곧 존중이고 이해다. 돌담 사이의 틈처럼, 그 간극 안에 머무는 따뜻한 눈빛 하나가 관계를 지켜낸다.

자신의 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 타인의 비틀림을 너그러이 감싸는 시선, 그것이 삶을 품격 있게 한다. 우리는 연꽃의 중심이 아니라, 그 옆에 조용히 기울어 있는 연잎 한 장이 되어야 한다. 꽃이 빛나는 이유는 그 주변의 침묵이 있고, 감상자가 오래 머무는 이유는 완전 속의 미묘한 틈 때문이다.

삶은 마감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무리되지 않은 여백, 어긋난 음표 하나, 스미는 결핍이 그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균형은 결코 정렬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비정형의 조화, 흠 있는 온기, 그 안에서 우리는 진짜 인간을 만난다.

그러니 오늘도 완벽을 버리고, 비틀린 연잎 한 장으로 살아도 좋다.
그 비틀림 속에서야말로 진정한 미와 온기가 피어난다.

―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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