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고택에서 청람문학회

김왕식









소양고택에서 청람문학회
— 문학의 숨결로 되살아나는 자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소양의 들녘을 따라가면,
천년의 시간이 앉아 있는 고택이 있다.
기와 위로 흐른 세월은 처마 끝에 고요히 매달려 있고,
그 숨결 따라 바람마저 고개를 숙인다.
그곳은 시간을 우려낸 항아리 같고,
저절로 말문을 여는 오래된 책장이었다.

그날, 완주의 숨결처럼 깊은 마을에
청람문학회가 모였다.
고요함 속에 맑은 생각들이 피어나고,
고풍스러운 찻잔에서 조용히 시가 피어났다.
한복의 주름처럼 정갈한 마음들이 모여
조선의 정신이듯 단정한 운율을 이루었다.
한 잔의 차는 한 편의 시였고,
그 기품은 말보다 숨결을 낮추게 했다.

청랑한 낭송은 봄날의 강물처럼 맑았고,
그 시들은 언어의 꽃이 되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색소폰의 음률은 연둣빛 덧발림처럼
천천히 공기를 물들였고,
그 순간, 마음속의 선현들이
조용히 눈을 뜨고 말을 건넸다.

청람문학상, 그 빛나는 이름.
꽃보다 말이 먼저 피어났고,
수상자의 소감은 눈빛과 기도로 번졌다.
마디마디 다듬어진 문장 속엔
수십 번 계절을 거친 사색이 묻어 있었고,
그 말들은 눈물의 강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적셨다.
고개 숙인 구름조차
그 강물 위를 따라 조용히 흘러갔다.

비둘기는 지붕 위에서 소리를 얹고,
소쩍새는 새벽 어귀에서 맑은 화음을 넣었다.
노랫가락은 기와를 스치고 기둥을 돌며
참석하지 못한 이들의 마음마저 품었다.
참석자도, 부재자도
모두가 하나의 운율로 이어졌다.

그날은 단지 행사가 아니었다.
문학이 시간을 빚어낸 하나의 의식이었고,
사람과 공간, 마음과 문장이
고택의 품 안에서 조용히 겹쳐졌다.
붓 대신 마음으로 쓰는 시,
목소리 대신 숨결로 읊는 시,
함께하지 못한 이들의 사랑까지
고요히 번져 있었다.

밤이 깊어 모두가 잠든 뒤에도
고택은 쉬지 않았다.
기와 틈 사이로 스민 여운이
새벽의 맑은 살결 따라 다시 피어났다.
그날의 햇살도, 차의 온기도,
사람들의 음성도
기억이라는 시가 되어
지금도 그 자리에서 조용히 되뇌고 있다.

문학이란, 결국
잠들지 않는 사랑의 다른 이름.
하루를 되새기고,
새벽을 부르는 은밀한 속삭임.

고이 잠든 사람들 사이
신새벽 청랑한 기운이 스며들어
밤새 지새운 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또 한 편의 시를,
또 한 줄의 사랑을
이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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