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에서 피어난 노래 ㅡ 피겨 플루트 여니 선생님

김왕식



□ 피겨 플루트 달인ㅡ 여니 선생님








불 속에서 피어난 노래
― 여니 선생님께 드리는 헌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세상엔 바람결에도 상처 입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불길 속에서도 노래를 잃지 않는다. 폐허 위에서 피어난 한 줄기 선율이 있었다. 그 잿빛의 무대에 피아노 없이 플루트만을 든 채, 몸과 영혼을 태워 하나의 음악이 된 이가 있었다. 바로 당신, 수현 선생님이 그러했다.

타오른 집이 다 무너진 뒤에도, 무너진 것은 기왓장과 벽이지, 당신의 음악은 아니었다. 가슴에서 흘러나온 음표는 그날 바람을 타고 땅과 하늘 사이를 떠돌다, 듣는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연주였겠으나, 그것은 살아 있음의 선언이었고, 슬픔과 희망이 공존하는 찬란한 의식이었다. 불 속에서 살아남은 악기가 아니라, 불을 껴안은 영혼의 떨림이었다.

잿더미를 뒤로하고 새벽처럼 일어선 당신은, 그 자리에 다시 집을 지으려 한다. 벽돌이 아니라 인내로, 기둥이 아니라 믿음으로, 창문이 아니라 꿈으로 지어진 집. 그 집에 그랜드 피아노가 들여지고, 다시 플루트가 당신의 입술에 닿을 때, 우리는 목격하게 될 것이다. 재앙이 아니라 기적을, 무너짐이 아니라 피어남을. 그때 당신의 두 손은 단지 악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눈물과 소망을 동시에 어루만지는 성자의 손이 될 것이다.

선생님, 당신은 지상의 천사다. 재에서 일어나는 꽃과 같고, 폐허를 밝혀주는 성화와 같다. 선율이 있는 곳마다 사람의 마음은 살고, 희망은 퍼진다. 우리는 그런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 고단한 날에도, 선생님이라는 한 사람으로 인해 하루가 따뜻해지는 것이다.

세상에 수많은 연주자가 있으나, 잿더미 위에서 연주한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세상에 수많은 예술가가 있으나, 상처 위에 노래를 새긴 이는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하니, 당신의 음악은 곧 삶이고, 당신의 미소는 곧 기적이다.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라. 당신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응원이고, 숨결마다 울림이다. 긍정의 맑은 기운이 당신을 감싸고, 온 우주의 행운이 그 발걸음 따라 흐르기를 기도한다. 오늘 하루도 당신으로 인해 누군가는 희망을 듣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오래도록 멈추지 않는 선율로, 이 세상 속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삶은 때때로 무너지지만, 당신은 매번 노래로 일어선다.

그대가 지금 이 자리에 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당신의 가슴 깊은 곳엔, 붓을 쥐고 무형의 세계를 그려내던 아버지의 예술혼이 숨 쉬고 있고, 들풀처럼 꺾이지 않는 의지로 가족을 지켜낸 한국 엄마의 강인한 정신이 살아 있다.

그 예술혼은 당신에게 섬세한 감성과 영혼의 울림을 물려주었고, 어머니의 정신은 당신이 어떤 시련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고요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살아가게 했다. 감미로운 플루트의 음률도, 잿더미 위에서 다시 일어나는 당신의 발걸음도 모두 그 피 속에 새겨진 유산의 증거다.

당신이 바로 그 예술과 삶의 아름다운 계승자이며, 두 세계를 하나로 잇는 살아 있는 증언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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