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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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바람과 물결이 속삭이는
청람 김왕식
6월 중순, 이른 더위와 장맛비가 조각조각 얽혀 들어오는 아침입니다. 햇살은 아직 숨죽인 채 구름 틈에서 조용히 고개를 내밀고, 젖어드는 공기에는 무언가 새로운 결심의 기운이 스며 있습니다. 이 여명의 숲이 깊어지기 전에, 당신의 마음 한편에도 은은한 서리 같은 평온이 깃들기를, 잠깐의 고요 속에서도 숨 고르는 봄날처럼 편안한 때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조금만 더…”
“아직은 아닌 것 같은데.”
“준비가 더 되면 시작할 텐데.”
이처럼 우리 안의 시간은 연기 속에서 미끄러집니다. 하지만, 강물은 서서히 채워지지 않듯이, 시간은 머뭇거리는 이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지만, 움츠린 손보다는 움직이는 손을 꼭 잡아줍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첫걸음은 자꾸만 무거워지고, 비교는 마음의 날개를 눕힙니다. 두려움이 발목을 붙잡을 때 삶은 늘 머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그때 시작했더라면…’ 하는 후회만 허공에 흩어집니다. 그러나, 실패한 이들의 마음속엔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씨가 있습니다. 그들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자신만의 시간을 단련하고, 바람이 되어 세상을 스며들게 하는 지혜의 나이테를 쌓아갑니다.
배는 부둣가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지만, 그 이유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배는 바다의 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우리도 그러합니다. 머무르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바람과 맞서고, 물결 속에서 흔들리며 또다시 움직이기 위해 이 세상에 왔습니다.
한 걸음. 그것은 작은 물방울이지만, 그 물방울이 잔잔한 호수 위에 던져지면 파문이 일고, 마침내 큰 물결이 되어 호숫가 전역을 흔듭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삶도, 망설임을 걷어낸 작은 출발 하나로 인해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뀝니다.
부디 오늘, 작고 결연한 결정—첫 문장을 긋는 순간을 맞이하십시오. 처음엔 몇 글자에 불과할지라도, 글자의 무게만큼 바람이 일고 파도가 일기 시작할 것입니다. 마치 해안선 위에 첫 이슬이 맺히듯, 그 한 줄 속에 당신만의 이야기가 맺히고, 곧 향기롭고 단단한 서사가 빛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초여름 장맛비 속에 작은 햇살처럼, 머뭇거림 속에서도 햇살은 반드시 다시 나옵니다. 바람결에 실려온 그 재촉에 답해 오늘, 당신의 삶도 한 줄 시로 피어오르기 바랍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