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구 시인의 「감자꽃 피는 들녘에서 」를 읽고

김왕식


감자꽃




황성구 시인










감자꽃 피는 들녘에서



시인 황성구



초여름 바람은 흙냄새를 데리고
언덕을 넘어온다
푸른 이파리 사이사이
은빛 별처럼 수줍은 꽃 하나 둘

누가 그대 이름을
감자꽃이라 불렀을까
밭두렁 걸어가는 어머니 손끝에
어느새 환하게 피는 웃음꽃

흙 속엔 아직 황금 열매
보이지 않지만 초여름 햇살은
벌써 수확의 노래를 부르네
기다림도 이처럼 고운 것일까






황성구 시인의 「감자꽃 피는 들녘에서 」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황성구 시인의 「감자꽃 피는 들녘에서」는 흙냄새를 머금은 초여름 바람이 언덕 너머로 몰려오면, 푸른 이파리 사이사이에 은빛 별처럼 수줍게 피어난 감자꽃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에서 시작한다.
밭두렁을 따라 걸어가는 어머니의 손끝에는 어느덧 연한 빛깔의 웃음꽃이 환히 피어 있다. 아직 땅속 황금 열매는 숨었지만, 햇살은 벌써 ‘수확의 노래’를 부르며 수줍은 기대를 전한다.

이 시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기다림이 품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수확의 노래’를 부르는 햇살과 ‘은빛 별처럼 수줍은 꽃’이라는 비유는, 현실의 작은 성취보다 다가올 풍요를 미리 음미하는 시인의 태도를 은유한다.
삶의 노정 자체가 이미 완성된 풍경이며, 그 속에서 존재는 이미 축제와 다름없다는 사유가 담겨 있다.

‘환하게 피는 웃음꽃’이라는 이미지와 노동의 손길을 연결한 장면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 기대어 감정과 철학을 나눌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감정의 섬세함과 존재의 고귀함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고요히 드러난다.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낸 담백한 문장은, 시 속 이미지와 철학이 분명하고 또렷하게 독자의 마음에 각인되도록 한다.

마지막에 시인은 묻는다. “기다림도 이처럼 고운 것일까.” 간결하지만 강력한 이 물음은, 하루하루의 기다림이 곧 삶 자체라는 진실을 부드럽고도 단단하게 전한다. 기다림은 고통도 아니고 단순한 시간의 흐름도 아니다.
그것은 이미 현재이며,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순간들 사이에 놓인 축제의 리듬이며, 작은 성취 앞에서도 부끄러움 없는 진실한 축하이자 웅변의 순간이다.

황성구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단순히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 자연의 작은 움직임 하나를 포착해 그 안에 내재된 철학—존재, 성장, 기다림의 가치—을 비유와 이미지로 풀어낸다. 햇살이 일러 주는 수확의 노래, 은빛 별 같은 꽃, 환한 웃음은 모두 존재의 풍요를 가리키는 상징이다.

이처럼 이 시는 시각적 이미지와 은유를 통해 존재철학을 펼쳐 보이면서, 서정의 리듬 속에 삶을 완결된 시적 경험으로 구성한다. 언어는 간결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과 사유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나아가 시인은 독자에게 묻는다. 이 기다림이—이 노정이—이미 충분히 아름답다고. 그리고 그 질문은, 독자의 내면에서 조용하지만 확실한 울림을 일으킨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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