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면 일이 해결될까? ㅡ청람 김왕식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고민하면 일이 해결될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물 한 그릇을 오래 들여다본다. 수면은 잔잔하고 투명하지만,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고민이란 것도 그와 같다. 겉으로는 가만히 앉아 생각을 굴리는 행위이지만, 그 안에는 온갖 감정의 물살과 이성의 파장이 뒤엉켜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에게 묻는다. 고민한다고 일이 정말 해결될까?

고민은 일종의 정지動作이다. 멈춤 속에서 우리는 길을 찾으려 애쓴다. 그러나 멈춘다고 모든 것이 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둠 속에 오래 있다고 해서 눈이 밝아지는 것은 아니듯, 고민도 일정한 온도를 넘기면 방향을 잃고 제자리걸음이 되기 쉽다.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면 현실의 발목을 잡히고, 가끔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하루가 저물어간다.

그럼에도 고민은 우리 삶에 필요하다. 무작정 달리는 것보다 잠시 멈춰 길을 묻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고민이란 건 삶의 무늬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확대경과도 같다. 그 과정을 통해 ‘왜’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 ‘왜’를 응시하다 보면 비로소 본질과 마주한다. 단지 해결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존재와 의지, 가치와 방향을 성찰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민은 행위로 전환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아무리 깊은 사유도 실천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저 머릿속을 떠도는 공허일 뿐이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법을 백 번 익혀도 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듯, 고민도 결국 ‘결단’이라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렇게 건너간 사람만이 자신의 생각을 현실로 증명해 보일 수 있다.

그러니 ‘고민하면 일이 해결될까?’라는 질문에 답하자면, 그 자체만으론 부족하다. 고민은 해결의 출발점이지 종착역이 아니다. 문제를 마주한 자신에게 진실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책임지려는 태도, 그리고 용기 있는 실행이 뒤따를 때, 비로소 고민은 하나의 해결책이 된다.

꽃은 고민 없이 피지 않는다. 그러나 피기 위해선 햇살과 물, 그리고 결국 자신을 열어야 한다. 인생 또한 다르지 않다. 고민하되 멈추지 말 것. 그대의 고민이 진실하다면, 언젠가 그것은 해답으로 자란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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