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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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보다, 눈물이 웃음보다 귀한 것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들은 대개 기쁨을 동경하고, 웃음을 갈망하며 산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고요한 창가에 앉아 인생의 결을 더듬다 보면,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앉는 하나의 물음이 떠오른다. 왜 슬픔은 기쁨보다 더 깊이 새겨지는가. 왜 눈물은 웃음보다 오래 기억되는가.
슬픔은 우리의 마음을 속속들이 비춘다. 기쁨이 외부의 조건에 의해 종종 결정된다면, 슬픔은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려진다. 그것은 가슴 안쪽에서 울려 나오는 자각이자, 존재의 균열을 응시하는 순간이다. 기쁨이 우리를 하늘로 뛰게 한다면, 슬픔은 땅 속 깊이 뿌리내리게 한다. 그러므로 슬픔은 존재의 뿌리다. 우리는 슬퍼함으로써 삶의 본질에 다가가고, 자신이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간직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눈물은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피어난다. 기쁨의 웃음은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공동의 축제이지만, 눈물은 혼자만의 기도이며 침묵의 언어다. 웃음이 순간의 감정을 표현한다면, 눈물은 시간을 통과한 진심을 담는다. 그것은 참아온 시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인식, 혹은 존재를 향한 통렬한 사랑일 수도 있다. 눈물은 감정의 끝에서 핀 꽃이며, 인간이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마지막 징표다.
슬픔을 겪지 않은 자는 삶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고통 없는 영혼은 연약하고, 눈물 없는 지혜는 공허하다. 슬픔은 우리를 조각낸다. 그러나 그 조각들이 맞물려 다시 하나로 이어질 때, 사람은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더 아름다워진다. 슬픔은 인간을 가꾸는 시간이다. 고난이 인간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무너짐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일으킨 자만이 진정한 기쁨을 품을 수 있다.
기쁨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슬픔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웃음은 사진으로 남고, 눈물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슬픔은 우리를 성숙하게 하고, 눈물은 우리를 사람답게 만든다. 한 번의 슬픔이 열 번의 기쁨보다 더 깊은 깨달음을 준다. 한 방울의 눈물이 백 번의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한다.
그리하여, 슬픔이 기쁨보다 귀하고, 눈물이 웃음보다 소중한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를 깨어 있게 하기 때문이다. 눈물의 밤을 건넌 자만이 아침 햇살의 의미를 안다. 고통을 견딘 자만이 타인의 상처를 껴안을 수 있다. 우리가 사랑을 믿는 것도, 결국 이 슬픔과 눈물의 기억 덕분이다.
그러니, 슬픔이 찾아오거든 부디 외면하지 말라. 그대의 눈물은 삶이 그대에게 보내는 가장 정직한 편지일지 모른다. 슬픔 속에서 빛나는 감정의 진주를 발견하는 자만이, 진정한 웃음을 되찾게 된다. 그 웃음은 더 이상 가벼운 감상이 아니라,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생의 환희일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