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상담은 상담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상담자는 말이 없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6. 2023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 같다.
신경 정신과 약을 먹어도
소용없다.
유명하다고 소문난
상담사를 만나
상담한다.
시종
그럴듯한 논리로 내담자를 설득한다.
내담자는
유명세에 눌려 경청하려 하지만
한두 시간 이어지는
논리에
그만
지친다.
나아지기는커녕
스트레스만 가중된다.
이번엔
한 시간에 상상키 어려운
고액을 받는,
외국에서 학위 받았다는 박사를
몇 개월
기다려 만났다.
그래도
치료만 잘 된다면 하는 마음으로
큰 기대를 갖고
왔다.
이번엔
분명
무엇인가 달라 보였다.
사무실 사방 벽면엔
온통 영어로 쓰인
자격증, 상장 등으로 도배가
돼 있다.
무한 신뢰가 간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다는
상담학 박사는
고상한 영어까지 섞어가며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것 같은 이론을 설파한다.
너무나
위엄이 있어
궁금해도
질문할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 상담을 받았다.
고액의 상담료가 부과되었다.
왜 이리
머리가 아프고
구토가 날까?
어쩌나?
우리가
찾는
진정한 상담자는
도대체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
ㅡ
그곳에
앉아 있었다.
가슴속의
무수한 무게와 슬픔을 가지고.
어디선가 도움을 기대하며,
마주친 상담자는
그에게 끊임없이 말을 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내 생각에는...",
"이럴 때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충고와 조언들.
그의 귀는
그 말들에 멀어져만 갔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지만,
대신 받은 것은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생각이었다.
그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졌다.
다른 곳을 찾았다.
또
그곳에서는 외국에서 학위를 받았다는
유명 상담학 박사란다.
상담비용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 상담자는 영어까지 써가며
매우 그럴듯하다.
상담자의 말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데다가
더욱 길다.
가슴속의 무게는 더 무겁게 쌓여만 갔다.
포기한 상태로
마지막 상담자를 만났다.
그 상담자는 웃기만 할 뿐 별 말이 없다.
단지,
눈을 마주하며
조용히 내담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에서는
격려와 위로,
무엇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그 무게에 눌려있던
내담자는
눈물과 함께
그의 가슴속의 이야기를 토해냈다.
때로는 목놓아 엉엉 울면서,
때로는 큰소리로 미친 듯이 웃으면서.
그 상담자의 침묵은
그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침묵이
내담자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치유하는 힘을 가져다주었다.
진정한 상담자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귀를 기울일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그날
그곳에서
깨달았다.
ㅡ
진정한 상담은
상담을
하지 않는다.
내담자가
모든 것을
맘 놓고
토해내도록
추임새만 놓으면 된다.
"그럴 수 있어요."
"그래서 그랬군요."
"나 같았으면, 당신처럼 그렇게 못 참았을 겁니다.
정말 잘하신 겁니다."
이같이 *'관용의 격률'로 답한다
상담자가 말한 것이 이것이 전부였다.
* 관용의 격률 ㅡ 대화할 때,
청자를 높이고 화자를 낮춘다.
그리하여 청자의 자존의식을 세워
불안한 심리를 편안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