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민 박철언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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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민 박철언 시인, 청람문학회 문학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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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뉴스를 보면서
시인 청민 박철언
접힌 채 기다리던 국내외 소식
태평양과 대륙 건넌 활자 냄새로
하루 분 뉴스를 펼치는 아침
바빠 머리기사만 읽기도 하고
귀로만 듣기도 하는 TV 보도
눈과 귀로 난무하면서
SNS 타고 번지는 색깔 나뉜
뉴스들
무수한 틈입을 노리는 단톡방뉴스
감정은 삭제해야 할 어이없는 보도도
치우쳐 부딪히는 시각도 있지만
매일의 공기 흐름과 방향이 담겨
뜨끈한 온도를 지닌 뉴스들
이념, 종교, 경제 전쟁의 처절한 소식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의 소식은 제발 벗어나
평화롭고 따뜻한 소식만으로
하루의 포구를 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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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언어, 시대의 맥을 짚다
― 청민 박철언 시인의 '아침 뉴스를 보면서'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민 박철언 시인의 시 「아침 뉴스를 보면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하루를 여는 현대인의 심상을 담담하게 풀어낸 수작秀作이다. 법조인으로서의 이력에 시인의 감수성이 더해져, 현실을 꿰뚫는 통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절묘하게 교차된다.
특히 破邪顯正의 정신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려는 작가의 의지는, 시대의 혼탁 속에서도 올곧은 ‘말의 윤리’를 지키고자 하는 지성인의 고백으로 읽힌다.
시의 도입부 “접힌 채 기다리던 국내외 소식”은 신문지의 형상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태평양과 대륙 건넌 활자 냄새'라는 표현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인류의 문명과 진실을 실어 나르는 메신저로서 언론의 존재감을 환기시킨다.
종이 냄새와 함께 스민 시대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 대목은 시적 감각과 저널리즘의 본질을 동시에 되새기게 한다.
“바빠 머리기사만 읽기도 하고 / 귀로만 듣기도 하는 TV 보도”라는 일상적인 모습은, 정보에 피로한 현대인의 초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감각의 단편화로 인해 진실에 닿기 어려운 현실을 암시한다.
여기에 “단톡방 뉴스”라는 구체어는 시인이 얼마나 현장감 있는 언어로 시대를 응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뉴스는 더 이상 신문의 특권이 아니라,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번지고 편향된다.
이 시는 그 위험성을 폭로하기보다, 다만 “무수한 틈입”이라는 절제된 표현을 통해 조용히 경고한다. 법률가이자 시인인 박철언 작가의 절제된 언어 미학은, 이처럼 드러냄보다 감춤을 통해 진실을 가리킨다.
“감정은 삭제해야 할 어이없는 보도도”라는 구절에서는 시인의 내면적 균형감각이 도드라진다. 편향된 시각과 극단적 보도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는 냉철한 태도는, ‘뉴스 소비자’로서의 지성과 ‘시인’으로서의 예민한 감각이 공존하는 박 시인만의 내적 윤리이자 미의식이다.
그럼에도 “뜨끈한 온도를 지닌 뉴스들”이라며, 날것의 삶이 담긴 보도의 진심도 따스하게 긍정하는 여운은 시 전체에 인간에 대한 믿음을 덧입힌다.
마지막 연은 이 시의 핵심 윤리적 기조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념, 종교, 경제 전쟁의 처절한 소식 /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의 소식은 제발 벗어나”라는 부분은 세상의 어둠을 직시하되,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작가의 소망이 깃든 절규로 읽힌다.
“평화롭고 따뜻한 소식만으로 / 하루의 포구를 열었으면”이라는 종결은 단지 수사적 희망이 아니라, 시인이 자신의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에 가깝다. 시는 세상을 고발하지 않되, 그 안에 희망의 문을 열어둔다. 그것이 곧 청민 박철언 시인의 시정신이다.
단 하나, 아쉬움이라 한다면 이 시가 마지막 연을 향해 가며 다소 직설적인 어조로 이행된다는 점이다. 이는 시 전체가 지닌 감정의 흐름에는 부합하지만, 시인이 보여주던 은유의 힘이 마지막에 다소 누그러진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예컨대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의 소식”이라는 표현은 독자의 상상력을 끌어올리기보다는 다소 명시적으로 판단을 유도한다.
이 부분을 “사람이기를 잊은 날 선 언어들” 혹은 “진심을 지우고 전해진 외로운 외침들”처럼 한 단계 에둘러 표현했더라면, 시적 여백과 독자의 사유가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한 편의 시가 어떻게 시대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동시에 작은 치유의 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청민 박철언 시인의 시는 언론과 진실, 인간성과 소망을 한 자리에서 거론하면서도 단정하지 않고, 교훈을 강요하지 않으며, 외려 독자로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묵묵히 되묻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단순한 뉴스 소비의 경험이 아니라, 인간성의 풍향계를 읽는 감성의 나침반이다. 박 시인의 말 없는 외침은, 오늘의 아침 뉴스보다도 더 깊은 의미로, 우리 가슴속에 오래 머물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