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속삭임 속에서 피어나는 유레카의 열매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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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속삭임 속에서 피어나는 유레카의 열매
― 윤병태 회장의 강의 미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강의란 본래 말의 예술이다. 그러나 윤병태 회장의 강의는 그 너머에 있다. 말이라기보다, 삶이 느릿하게 스며드는 장면이고, 이야기라기보다 영혼을 가만히 두드리는 체온이다. 목소리는 결코 크지 않다. 오히려 낮고 따뜻하다. 격앙된 어조도 없고, 손을 내젓는 제스처 하나 없이, 그는 마치 오랜 벗과 나지막이 차를 나누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것이 윤병태의 방식이다.

그는 충청도 사람이다. 그 특유의 정감과 유순함이 그의 말 끝마다 묻어난다. 중간중간 던지는 “그랬시유~” 한마디는, 청중의 긴장을 허물고 마음을 앉히는 주문 같다. 빠른 세상에서 느림은 지루함을 부를 수도 있지만, 그의 느린 속도는 오히려 마법처럼 청중의 귀를 잡아끈다. 마치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다 어느 순간 푸른 산을 휘감듯, 이야기는 점점 깊어진다.

그는 오늘 ‘시련’에 대해 말한다.

“좋은 열매는 바람 많이 맞고, 뿌리 깊은 나무에서 맺힙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지요. 시련 없는 삶은 바람 없는 언덕 같아서, 단단해질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이 말에 청중은 숨을 죽인다. 그 순간, 윤 회장은 자신의 삶에서 건져 올린 조각 하나를 들려준다. 사업이 기울던 시절, 아무도 손잡아주지 않던 시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결코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 덕분이었다고.

그는 단지 강연자가 아니다.
청중 앞에서, 자신을 고백하는 사람이다. 실패의 상처를 드러내되 부끄러워하지 않고, 눈물의 시간을 말하되 처연하지 않다. 시련은 고통이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걸, 그는 체험으로 증명해 냈다.

그는 말한다.

“땅을 치며 울던 그날, 눈물이 제 속을 씻었더랬습니다. 그렇게 씻고 나니, 다시 시작할 마음이 솟았지요.”

그 순간, 청중은 그가 쥐고 있던 ‘고통’이라는 씨앗이 어떻게 ‘희망’이라는 열매로 바뀌었는지를 눈으로 본다. 단단해진 목소리, 그러나 여전히 따뜻한 톤. 바람은 불었지만 나무는 쓰러지지 않았다는 걸, 그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게 된다.

윤 회장의 강의는 결코 ‘가르침’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 견디는 이야기’이고, ‘함께 걸어온 길의 지도’다. 그는 비유를 잘 쓴다.

“포도나무에 포도가 달리는 건, 여름내 태양에 익은 때문이요, 바람에 흔들린 때문이요, 뿌리가 말없이 견딘 때문이유.”

그의 말은 곧 시다. 비유는 장식이 아니라 진실이다.

오늘 강연이 끝나갈 무렵, 모두는 알게 된다. 시련은 상처가 아니라 길이었다는 것을. 고통은 꺾음이 아니라 굽이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길 위에서 피는 가장 아름다운 꽃은, 화려한 언어가 아니라 구수한 속삭임이라는 것을.

윤병태 회장은 오늘도 유레카를 외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강의 끝엔 언제나 ‘깨달음’이 피어난다. 소리 없이, 그러나 깊이.

―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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