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쉼 ― 멈춤 속에서 피어나는 생의 향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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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 멈춤 속에서 피어나는 생의 향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생의 흐름 속에서 ‘자발적으로 멈추는 용기’다. 세상은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라고 강요하지만, 정작 우리를 치유하는 것은 거꾸로, 잠깐의 멈춤이다. 숨을 들이쉬기 위해 반드시 숨을 내쉬어야 하듯, 인간의 삶도 쉼을 통해 리듬을 회복한다.

쉼은 ‘무위(無爲)’의 상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다. 나무는 자라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해와 비와 땅의 흐름에 맡기며 스스로 커간다. 쉼은 자연의 시간과 동화되는 과정이며, 나 자신이 어떤 강요도 받지 않는 본래의 호흡을 되찾는 일이다.

과로는 단지 몸의 병만을 뜻하지 않는다.

쉼 없는 정신은 분열되고, 쉼 없는 감정은 메말라 간다. 고대 철학자들은 사색이 행동보다 높다고 여겼고, 사색은 언제나 ‘쉼’ 속에서 시작되었다. 쉼은 단지 시간을 비우는 일이 아니라, 깊은 자신과 마주하기 위한 채움의 시간이다.

삶이란 결국 쉼과 움직임의 리듬 속에서 조화로워진다. 쉼 없는 움직임은 탈진이고, 움직임 없는 쉼은 무기력이다. 진정한 쉼은 다시 걸어갈 힘을 위한 준비다. 우리는 종종 일의 성취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지만, 쉼을 통해 더 깊은 존재의 뿌리를 느낀다.

침묵의 산책, 느릿한 차 한잔, 말없이 바라보는 노을. 이 작은 순간들이야말로 삶을 되돌아보고 다시 길을 잡는 재생의 시간이다. 쉼이 없다면 우리는 방향을 잃는다. 정지 없이 달리기만 하는 삶은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제 잠시 멈춰도 좋다.

쉼은 낭비가 아니라 생의 완성이다. 당신의 오늘에도, 바람이 스며드는 작은 쉼의 창이 있기를 바란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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