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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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 빛이 스며드는 가장 깊은 자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상처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상처는 흠이 아니라 이력이요, 결함이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다.
우리는 늘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쓴다. 실패하지 않으려 조심하고, 거절당하지 않으려 숨고, 실수하지 않으려 위축된다.
그런 마음 아래 숨겨진 상처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연민을 배울 수 없고, 고통을 피한 사람은 타인의 고요한 울음을 들을 수 없다.”
상처는 생의 문틈이다. 빛은 창문보다도 금이 간 벽 틈으로 더 선명하게 들어온다. 가장 아팠던 기억이 삶의 방향을 바꾸고, 가장 깨어졌던 순간이 비로소 사람을 깊게 만든다.
“마음이 찢어졌다는 건, 그 틈으로 새로운 사랑이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어릴 적 넘어져 무릎에 생긴 흉터가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지만, 그 자리에는 늘 뭔가 남아 있다. 그 자리에 손을 얹을 때마다, 나는 '버텨냈다'는 감각을 느낀다. 고통을 통과한 자리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고, 그 흔적은 나의 문장이 된다.
누군가는 상처를 숨기려 애쓰고, 누군가는 그것을 가리기 위해 웃는다. 그러나 상처는 지워진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면으로 바라보고 껴안을 때, 상처는 상처로 머무르지 않는다.
“상처는 고통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시작된 지점을 기억하는 것이다.”
상처 입은 마음은 더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부드러워진다. 아파본 사람은 타인의 불안한 눈빛을 외면하지 못한다. 자신이 지나온 어둠을 알기에, 누군가의 어둠에 조용히 손을 내민다. 그리고 그 손은 말보다 큰 위로가 된다.
이제 나는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외려 그 상처들이 나를 사람답게 만들었다. 나를 무릎 꿇게 했고, 나를 울렸으며, 결국 나를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존재로 바꾸었다.
당신의 상처를 숨기지 말라. 그 상처는 당신이 살아왔다는 증거이며, 당신이 사랑할 수 있는 이유다.
“우리는 상처 입었기에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며, 더 아름다워진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