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 들숨과 날숨 사이의 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숨결
― 들숨과 날숨 사이의 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살아 있다는 증거는 거창하지 않다.

심장도, 의지도 아닌 단 하나.

숨이다. 들숨과 날숨. 그 사이의 얇은 간극에 삶이 놓여 있다.

우리는 늘 숨을 쉬면서도 숨의 존재를 잊고 산다.
어느 순간, 가쁜 숨을 몰아쉴 때 비로소 깨닫는다. 숨이란 얼마나 고요하고도 위대한 것인지. 숨결은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우리를 살게 하는 은밀한 힘이다.

숨은 침묵의 리듬이다.
말이 멈춘 자리에도, 생각이 멎은 순간에도, 숨은 이어진다. 그것은 신의 속삭임처럼 조용히 몸을 채운다. 들이마신 공기는 내 안의 슬픔과 기쁨을 지나, 다시 세상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숨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같은 공간에서 숨 쉰다는 것은, 그만큼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숨결을 느낀 적이 있는가.

아기의 잠든 얼굴, 사랑하는 사람의 가쁜 숨, 병상에 누운 어르신의 마지막 한 호흡. 그 숨결은 언어보다 진하다. 말보다 깊다. 숨결 하나에 마음이 움직이고, 운명이 전해진다. 우리가 말로는 다 하지 못하는 것들을, 숨이 대신 말해주는 순간이 있다.

숨을 쉬는 일은 반복이지만, 결코 같은 숨은 없다. 매 순간의 숨은 지금 이 순간만의 진실을 담는다.
기쁠 때는 들숨이 가볍고, 슬플 때는 날숨이 길다. 화가 나면 얕고 빠르게 몰아쉬고, 평온할 때는 깊고 천천히 이어진다. 숨결은 나의 감정의 거울이자, 마음의 진동이다.

숨을 가다듬는다는 건, 삶을 다잡는 일이다.

죽음은 숨이 멎는 일이다.
생은, 숨을 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숨을 의식하는 일이다. 오늘 하루, 내 숨결이 얼마나 귀한지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생이다. 우리는 늘 무엇이든 이뤄야만 삶이라 여기지만, 그보다 먼저 숨 쉬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숨은 그 무엇보다 선행하는 생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제 가끔 멈춰 선다.
가만히 숨을 쉰다.

아무 말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들숨과 날숨 사이에 존재하는 나를 느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삶은 숨처럼 조용히 이어져야 오래간다.
오늘도 한 줄기 숨결이 내 안에서 사라지고, 또다시 태어난다.


그 숨이,

나를 나이게 한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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