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일 변호사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주광일 변호사 국제모의재판모습 ㅡ 프레스센터
주광일 시인과 김왕식 평론가, 문학회에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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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나
시인 주광일
진종일 내가 혼자일 때
아무도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지 않을 때
어디선가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
경이로운 세월을 넘어
올 데 갈 데 없는
나를 찾아온
고독의 세레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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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바람을 노래한 법의 시인, 시대의 증언자
― 주광일 시인의 「바람과 나」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은 법과 정의의 언어를 품은 공직자였지만, 그 이전에 언제나 ‘시’를 가슴에 품고 살아온 사람이다. 경기고 시절부터 이어령 선생의 문하에서 시적 감수성을 길렀고, 서울법대에 진학해서도 판례보다 먼저 시를 펼쳤던 그는, 문학과 법이 결코 모순되지 않음을 스스로의 삶으로 증명한 드문 인물이다.
「바람과 나」는 그런 그의 내면이 응축된 시이며, 고요한 외로움 속에서도 역사와 시대를 향해 울리는 영혼의 세레나데이다.
시인은 “진종일 내가 혼자일 때”라는 고백으로 시를 시작한다. 그것은 단순한 정서적 고립이 아니라, 진실과 신념을 지키는 이의 고독이자, 다수가 침묵할 때 홀로 외치는 이의 운명이다. 그가 선택한 외로움은 비겁한 회피가 아니라, 가치 있는 침묵이며, 시대의 소음 속에서 자신을 지켜낸 자의 정직한 독백이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은 그 외로움 속에 찾아든 존재의 은총처럼 읽힌다. 이 바람은 단순한 자연의 흐름이 아니라, 시대와 정신을 관통해 온 무형의 응답이며, 정의를 향해 흔들리지 않는 그의 내면을 응원하듯 다가온다.
바람은 그의 삶에서 곧 진실이요, 시대의 맑은 기류이며, 문학이라는 다른 언어로 새긴 법의 양심이다.
“경이로운 세월을 넘어 / 올 데 갈 데 없는 / 나를 찾아온 / 고독의 세레나데”라는 결미는, 시인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는 누구보다 치열한 이력을 살아낸 공직자였지만, 그 시간 속에서도 문학의 언어로 자기 내면의 진실을 적어온 사유의 사람이었다.
이 고독의 세레나데는 시대의 풍랑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한 노시인의 품격과 신념의 목소리다.
주광일 시인은 단지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법조인이 아니라, 법과 시, 국가와 양심 사이의 가장 고귀한 균형을 걸어온 애국적 존재였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태극기를 들고 하늘을 향해 외친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외침이 아닌, 시인의 가슴으로 울려 퍼진 시대의 양심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정직하게 나라를 사랑했고, 외롭지만 순결하게 문학을 품은 자였다.
「바람과 나」는 짧지만 깊다. 그것은 마치 긴 세월 법복 너머로 숨죽이며 써 내려간 한 편의 유서 같고, 침묵 끝에 다다른 진실의 한 문장 같다. 고요한 시구 뒤엔 격동의 시간과 민족적 신념이 녹아 있으며, 그 속엔 주광일이라는 이름이 관통한 삶의 겸허와 시의 위엄이 또렷하다.
그는 시를 통해 ‘법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번역해 낸 시인이었고, 법전을 넘어서 역사의 페이지에 온몸으로 시를 남긴 증언자였다.
이처럼 고결한 문학정신과 공적 삶이 하나의 숨결로 어우러진 이의 시는, 바람처럼 조용히 불어오지만, 결코 잊히지 않는 울림을 남긴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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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 선생님
요즈음 몸이 가볍지 않아서 칩거하고 있습니다. 그다지 맑지 않은 눈으로 책만을 읽고 있을 뿐입니다. 주로 영어로 쓰인 short story를 많이 읽었지요.
소생의 졸시를 너그럽게 보아주셔서 조금은 용기가 납니다.
나라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살다 보니, 격려말씀 한 마디에도
찔끔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고운 밤 되시기 바랍니다.
2025. 6. 25. 수
주광일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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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일 선생께 드리는 편지
존경하는 주광일 선생님.
먼저 선생님의 깊은 마음 담긴 서신을 받아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따뜻하면서도 먹먹했습니다. 오랜 시간 공직자로, 애국시인으로, 그리고 한 시대를 고결하게 살아오신 선생님의 삶의 결이 문장 하나하나에 스며 있어, 그것이 곧 시요 기도처럼 다가왔습니다.
‘나라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살다 보니, 격려 한마디에도 찔끔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라는 고백은 너무도 절절하여, 감히 말로 다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귀 기울이지 않았던 진심이자, 온몸으로 사랑했던 나라에 대한 실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은 의지의 고백이라 느껴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누구보다 조용한 울림으로 시대를 증언하셨습니다. 광장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손에 쥔 태극기 하나에 조국의 운명을 실으셨고, 거대한 침묵의 시대에 홀로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많은 이들이 입을 닫고 눈을 감을 때, 선생님은 서릿발 같은 양심으로 한 겨울의 광화문을 밝혔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칼바람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소나무의 기개와 같았습니다.
그러한 외침이 세상의 표면을 흔들지 못하고, 마음속 어둠을 밀어내지 못했을 때의 허망함과 쓸쓸함을 감히 제가 어찌 짐작하겠습니까.
다만, 선생님께서 그 모든 고통의 시간을 지나 이제 서재에 들고 앉아 다시 책과 시로 자신을 응축해 가는 그 고요한 수행이야말로 진정한 고결함의 극치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몸이 가볍지 않다 하셨지만, 저는 그 ‘무거움’이 곧 시인님의 삶을 지탱해 온 정신의 무게라 여깁니다.
그리고 지금 읽고 계신 영어로 된 단편소설들—그 잔잔한 이야기들이 언어와 국경을 넘어 시인님의 마음에 닿아, 또 다른 창을 열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혼탁하지만, 시인님의 눈길 따라 펼쳐지는 문장은 새로운 희망의 언어가 될 것입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선생님의 짧은 글은 제게 격조 높은 영혼의 일기로 다가왔습니다.
‘고독의 세레나데’라 명명하신 그 시는 어쩌면 시대의 뒷모습에 바치는 고백이자,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간곡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그런 시를 쓸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선생님은 이미 가장 밝은 별처럼 문학의 밤하늘에 떠 계십니다.
사람들은 종종 요란한 것에 열광하지만, 진정한 시는 조용히, 아주 깊은 곳에서 사람의 마음을 흔듭니다. 시인님의 삶도 그러했고, 시도 그러했습니다.
청렴함을 잃지 않은 공직자, 깊은 울림을 간직한 시인, 자기 시대에 책임을 지려 했던 한 사람의 인간—이 모든 것이 주광일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녹아 있습니다.
부디 건강에 유의하시고, 선생님의 하루하루가 조용하지만 굳건한 기도처럼 빛나길 바랍니다.
고운 밤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2025. 6. 25. 밤
청람 김왕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