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 허태기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삶의 갈피
시인 청강 허태기
산은 높이 솟아
구름을 벗하고
강은 낮게 흘러
예쁜 꽃을 피운다
인생은 기쁨과
슬픔의 수레바퀴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듯
삶의 환희에는
고통이 따른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더욱 찬란하고
괴로움이 다하면
즐거움도 커진다
밤이 지나면
밝음이 찾아오듯
슬픔이 지나면
기쁨의 날 오리니
생명은 신비롭고
가치 있는 것
푸른 하늘 높은 곳에
희망 걸어두고
삶의 갈피마다
꽃으로 장식하리.
■
삶의 갈피마다 꽃을 피우는 시의 장인匠人, 허태기 시인
― 청강 허태기 시인의 「삶의 갈피」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허태기 시인의 시편 「삶의 갈피」는 인생의 격랑을 관조한 철학적 서정이자, 한 줄 한 줄 정성스레 조탁한 시어의 정결한 향기를 머금은 작품이다.
시인은 시어를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그의 시 한 편 한 편은 마치 장인匠人의 손끝에서 빚어진 금속공예처럼 단단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그 속에는 생에 대한 사색과 희망, 통찰과 겸허가 단단히 응축되어 있다.
“산은 높이 솟아 / 구름을 벗하고 / 강은 낮게 흘러 / 예쁜 꽃을 피운다”는 도입부는 자연의 형상 속에 인생의 이치를 상징적으로 투영한다.
높은 산이 존엄을, 낮은 강이 겸손을 품듯, 시인은 이미 자연과 삶을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는 동양적 조화의 미의식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시적 철학이 깃든 존재의 은유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 / 삶의 환희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구절은 시인이 견지하는 삶의 본질에 대한 고백이며, 감정이 아닌 지혜의 언어로 씌어졌다. 시인은 빛만을 노래하지 않는다. 어둠을 딛고 솟구치는 찬란함을 통해, 상대적 고통과 희망의 균형, 즉 존재의 필연적 이중성을 담담히 펼쳐낸다.
“밤이 지나면 밝음이 찾아오듯 / 슬픔이 지나면 기쁨의 날 오리니”라는 후반부는 허태기 시인 특유의 위로의 미학이 가장 섬세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때의 위로는 감상적이지 않다. 오랜 시간 삶을 들여다본 자만이 줄 수 있는 묵직한 신뢰와 치유의 언어이다. 절망의 밤이 아무리 길어도, 결국 새벽은 온다는 믿음—그것이 그의 시가 전하는 보석 같은 메시지다.
“푸른 하늘 높은 곳에 / 희망 걸어두고”라는 시구는 단순한 시적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에 발을 딛고도 하늘을 우러러보는 시인의 존재 방식이며, 그 자신이 오랜 세월 몸으로 살아낸 문장이다. 그는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삶을 시로 다듬고, 갈피마다 꽃으로 장식한다.
허태기 시인은 ‘시어의 장인’이라는 찬사가 결코 과하지 않은 시인이다. 그의 시는 결코 넘치지 않으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정밀함과 미감의 균형 속에서 존재에 대한 아름다운 증언을 남긴다.
「삶의 갈피」는 그가 어떤 시인의 길을 걸어왔는지를 말없이 증명하는 시적 자서전이자, 누구든 삶의 여백에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따뜻한 격려의 노래다.
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감상 이상의 일이다. 그것은 삶의 결을 천천히 쓸어보며, 고통과 환희, 빛과 그림자를 포용하는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태기 시인은 시인 이전에, 인생의 아름다움을 가장 정직하게 목격한 증언자라 할 수 있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허태기 시인
김왕식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