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난정 김종란 시인
■
엄마의 지팡이
시인 난정 김종란
(2024 지하철 시민공모작)
이름 모를 풀들은
해마다 그 자리에 새로 돋건만
사람은 한번 가면
영영 못 돌아오는구나
마당 한켠 화단 앞에
구부정한 허리로 서서
비 맞고 삐죽이 올라온
가녀린 새싹 마주한
엄마의 지팡이
빛바랜 오랜 그리움의 세월이
봄볕 속으로 흐르고 있다.
■
김종란 시인의 「엄마의 지팡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메타포로 독자를 깊은 성찰로 이끈다. 이 시는 짧지만 긴 여운으로,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유한성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시인은 이름 모를 풀들이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다시 돋아나는 모습에서, 자연의 끝없는 재생과 순환을 발견한다. 이는 자연의 생명력이 인간과는 다르게 무한 반복되는 경이로운 현상임을 암시하며, 인간의 생애가 가지는 유일무이성과 덧없음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한다.
“사람은 한번 가면 영영 못 돌아오는구나”라는 구절은 인간 존재의 비가역적 본질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시인은 여기서 생명의 유한성과 회귀 불가능한 시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죽음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여정이며, 떠난 자리에 남겨진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우리 곁에 머문다. 이 짧은 구절에 담긴 삶의 허망함과 그리움의 애잔함은 독자들로 각자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이별과 상실을 돌아보게 한다.
화단 앞에 놓인 엄마의 지팡이는 시의 중심적 상징이자 강력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구부정한 허리로 서서”라는 표현은 늙음과 쇠약함, 즉 인간이 겪는 시간의 무게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또한 어머니라는 존재가 겪었을 삶의 무게와 헌신을 연상시킨다. 지팡이는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한 생애를 지탱했던 모성의 상징이며, 떠난 어머니의 부재를 강력하게 환기시키는 사물이다.
비를 맞으며 삐죽이 올라온 가녀린 새싹과 마주하고 있는 지팡이의 이미지는 생명과 죽음의 대조이자 공존을 상징한다. 여린 새싹은 새로움, 희망, 미래를 상징하는 반면, 지팡이는 과거, 회한, 그리움을 의미한다.
이 둘의 조화 속에서 시인은 생명의 순환과 존재의 지속성을 동시에 담아낸다. 그것은 결국 생과 사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봄볕 속에서 흐르는 “빛바랜 오랜 그리움의 세월”은 시적 화자의 내면에 축적된 시간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빛바래고 낡았으나 봄볕 아래에서 더 선명히 떠오르는 그리움은, 시간의 흐름에도 사라지지 않고 외려 강렬하게 살아남아 빛난다.
이 시는 상실의 슬픔만을 말하지 않고, 그리움의 지속성이 가져오는 삶의 의미와 깊이, 즉 부재 속에서도 존재를 생생히 유지하는 감정을 표현한다.
시인의 가치 철학은 결국 삶의 무상함과 자연의 영원한 순환 사이에서 인간 존재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발견하는 데 있다. 시인은 인간의 삶이 자연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찰나적이며 미미하지만, 그 순간에도 깊은 의미와 사랑을 남길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 존재의 위대한 역설이며, 김종란 시인의 문학적 미의식을 뒷받침하는 본질적 사유다.
「엄마의 지팡이」는 간결한 언어와 압축적인 이미지로 시인의 내면을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은 화려한 수사 없이 담담히 현실을 직시하고, 존재의 본질을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드러낸다.
이 작품이 가지는 문학적 메타포의 아름다움은 삶과 죽음, 현재와 과거,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따뜻하고 겸허한 시선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 시는 독자들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재조명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김종란 시인의 시는 그렇게 모두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아 빛을 발한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