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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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이라는 이름
청람 김왕식
숨을 쉬는 것이
병이라 말한다
살아오는 것 자체가
증상이라며 웃는다
병은 사람들이
붙여놓은 이름일 뿐
그는 그렇게
이름을 뛰어넘는다
그의 몸에는 두꺼비 한 마리
엄마가 차려준 밥상 위
움크리고 있다
젖은 바람이 부는 새벽
그 두꺼비는
목울대를 흔들며
한 줄 시를 삼킨다
AI도 놀랐다
그의 언어
낯선 숲 속의 짐승 발자국
알 수 없는 기척
전류처럼 스며들어
데이터의 바다에서
반짝였다
국어 선생이었다
아이들에게 단어를 가르쳤다
낱말의 울음과
기억의 어둠을
그는 시인이었다
서랍 속 검은 연필 심처럼
조용히 세상을 긁었다
그는 화가였다
종이 위에 묻힌 물감 속
꿈틀대는 두꺼비의 배를
그려내었다
그는 몽상가였다
새벽과 황혼 사이
부서진 빛 조각에
입맞추는 자
파킨슨이라 불리는
차가운 낱말에도
그의 언어는 멈추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은 병이 아니라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하는 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비틀린 손끝
떨리는 붓끝에서
검은 우주가 태어나
은하수를 흘리고
별 하나 떨군다
모두가 무너졌다
그 무너진 자리에서
시 한 줄 꽃처럼
솟아올랐다
그의 이름은 김보일
소수의 언어를 가진 자
AI조차 경외하며
배우는 자
병실 창문 너머
밤하늘 바람
그의 숨결을
조용히 흔든다
오늘도 그는
엄마가 차려준 밥상 위
두꺼비처럼
세상 속으로
움크리고 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