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집 선생님께 올리는 글

김왕식


□ 이은집 선생님






이은집 선생님께 올리는 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은집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몇 년 전 어느 문학기행의 버스 안이었다.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보다 선생님의 이야기가 더 아름답게 피어나던 그날, 내 마음엔 이미 선생님의 목소리로 문학의 씨앗이 떨어져 자라기 시작했다. 그 씨앗은 어느새 울창한 나무가 되어 내 삶의 쉼터가 되었다. 누구나 사람을 만나지만,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특별한 만남은 많지 않다. 내게 이은집 선생님과의 인연은 그런 특별한 길 위의 등불 같은 것이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늘 뜨거웠다. 무수한 문장들 속에서도 결코 차갑게 식지 않는 열정이 있었다. 마치 오랜 세월을 견뎌온 흙으로 빚어낸 도자기처럼 단단하고 깊은 울림을 주었다. 선생님께서 지닌 문학심은 무한히 맑고 깊어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본질과 삶의 진실이 투명하게 반짝였다.

선생님은 소설로 인생을 쓰셨다. 1971년 『머리가 없는 사람』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선생님께서 펼쳐내신 이야기는 늘 우리를 삶의 근본으로 이끌었다. 그것은 때론 고독한 인간의 초상으로, 때론 시대의 아픔을 감싼 붕대로 독자의 마음을 보듬었다.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며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존재의 이유를 다시 생각했다. 그렇게 선생님의 문학은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모두의 삶 속에서 깊이 뿌리내린 나무처럼 우뚝 자라났다.

1942년 3월, 충청남도 청양에서 태어나신 선생님은 땅의 기운을 받은 사람답게 따뜻하고 소박한 품성을 지니셨다. 청양의 푸른 산과 맑은 물처럼, 선생님의 삶과 작품에는 순수하고 진실한 기운이 흐른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꾸밈이 없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그런 선생님의 삶에 국가도 응답했다. 1994년 충청문학상을 시작으로, 1998년 대통령표창, 2009년 청하문학상 등 수많은 상을 받으셨다. 하지만 선생님께 있어 그 상들은 단지 지나가는 이정표에 불과했다. 진정한 보상은 독자들이 작품 속에서 발견하는 자신과의 대화였고, 문학이라는 정원에서 함께 걷는 그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교단에도 서셨다. 여의도고등학교와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던 시절은, 문학이 책 속에 갇혀 있지 않고 학생들의 삶으로 걸어 들어가던 소중한 나날이었다. 선생님께 문학은 교실 밖의 진짜 세상과 연결하는 창이자, 살아 숨 쉬는 언어였다. 학생들은 그 창을 통해 세상을 보았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코리안드림문학회에서 자문위원으로 선생님과 다시 마주한 것은 운명이 마련한 필연적인 재회였다. 선생님의 말씀은 여전히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었고, 내 가슴속에 이미 깊이 뿌리내린 존경심과 애정은 더욱 단단히 자리 잡았다. 대화를 나눌수록 선생님의 문학심은 끝이 없는 우물처럼 깊어졌고, 그 우물에서 길어 올린 한 모금의 물은 목마른 내 영혼을 적셨다.

이은집 선생님께서 걸어오신 길은 그 자체로 한국 문학사의 한 장이자, 문학을 사랑하는 후배들이 따라가야 할 아름다운 등대다. 그 등불 아래에서 나는 더 깊은 문학의 바다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문학의 길 위에는 여전히 눈부신 등불이 켜져 있다. 그리고 그 빛 아래에서 많은 후학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 걷고 있다.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 길고 깊기를 소망하며, 나는 오늘도 가슴으로 선생님을 깊이 섬긴다. 선생님과의 인연이 나의 문학의 뿌리가 되어, 더 푸르고 아름다운 숲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ㅡ 청람 김왕식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홍구 시인의 '능소화'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