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구 시인의 '능소화'를 읽고

김왕식




전홍구 시인








능소화




시인 전홍구





그리움에 담을 타다가
반짝이는 초록 잎 사이로
주홍과 노랑이 얼싸안고
입술을 내미는 꽃

태양보다 먼저 손을 뻗어
피하지 못한 마음을 감싸 쥐고
요염한 곡선으로 뜨겁게 달아올라
속살을 드러내 보이는 꽃

나의 가슴 어딘가를 여전히 붙잡고
한이 남아 교태를 부리는지
줄기 끝에서 춤추며
주홍빛 웃음 마구 터트리는 꽃









전홍구 시인의 '능소화'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전홍구 시인의 '능소화'는 자연을 통하여 인간 내면의 미묘하고 강렬한 정서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능소화라는 꽃을 통해 절묘하게 표현하며, 인간의 정념과 삶에 내재한 열망을 드러낸다.

첫 번째 연에서 시인은 능소화를 통해 '그리움에 담을 타다가' 초록 잎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입술을 내미는 꽃의 생명력 넘치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는 그리움이란 감정이 인간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외부로 향하는지를 탁월히 상징하고 있다. 여기서 능소화는 단순한 꽃을 넘어 욕망과 사랑, 그리움의 메타포로 승화되어 읽히며,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두 번째 연에서는 능소화가 태양보다 먼저 손을 뻗어 뜨겁게 달아오르며 속살을 드러내는 이미지를 통해 강렬한 욕망과 생명의 원초적 힘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요염한 곡선'과 '속살'이라는 표현은 능소화의 화려한 외형과 더불어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숨겨진 열정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허나 여기서 지나치게 감각적인 표현이 다소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절제가 더해졌다면 시의 격조가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능소화가 시적 자아의 가슴에 여전히 남아 교태를 부리고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통해 그리움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남아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한이 남아 교태를 부린다'는 표현은 한국적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능소화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내재된 인간의 정념을 탁월하게 연결 짓는다.
다만 감정의 농도가 강해 자칫 시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릴 우려도 있으므로, 이 부분에서 조금 더 담담한 톤으로 마무리되었다면 시가 품고 있는 은유의 미학이 더욱 빛났을 것이다.

전홍구 시인은 무엇보다도 열정과 성실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시인이다. 그의 작품에는 삶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진하게 배어 있으며, 세상과의 부단한 소통을 위한 시인의 부지런한 발걸음을 느낄 수 있다.
전홍구 시인의 시적 태도는 삶의 미세한 순간조차 놓치지 않고 성실히 포착해 내는 노력과 열정이 돋보이며, 그 자체로 시적 가치와 미의식을 구현한다.

요컨대, '능소화'는 전홍구 시인의 작품 세계를 잘 대변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시인이 지닌 열정과 성실이라는 삶의 가치철학이 능소화라는 자연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인간의 정념을 감각적이고 깊이 있게 표현하였다.
다소 과도한 정서 표현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그럼에도 시 전체를 관통하는 강렬한 생명력과 감정의 진실성은 독자로 오랫동안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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