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마음공부의 깊이와 겸손

김왕식







참 마음공부의 깊이와 겸손




불경을 암송하고, 성경을 읽으며, 공자ㆍ맹자 그리고 노자ㆍ장자의 사상을 익히는 일은 큰 공부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스도교의 사랑이든, 불교의 깨달음이든, 유교의 인(仁)이든, 도교의 무위(無爲)든, 모두가 마음공부라는 거대한 숲 속의 서로 다른 길들일 뿐이다. 그 길을 인도하는 경전과 철학은 등불이며 이정표이다. 그러나 그 길을 걷는 이는 결국 ‘나’이며, 매 걸음마다 흔들림 없는 중심을 다져가는 과정이 바로 참 마음공부다.

그 중심이란 외부의 소음과 혼란, 욕망과 번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평정심이다. 강인한 바위처럼 무겁고 견고하며, 깊은 물처럼 유연하고 포용력 있는 마음. 이 중심을 가진 이는 고요한 숲 속 벤치에 앉아 좌선을 하든, 도심의 번잡한 거리 한복판을 걸으며 깨달음을 구하든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음공부는 지식이나 겉치레가 아니라,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지키는 삶이다.

산속에서 수십 년을 참선한 스님도, 선지식을 지녔다 자처하는 스승도, 매일 묵상하며 숭고한 삶을 살아가는 목사나 신부도, 전문 철학자나 심리학자도 때로는 흔들리고 무너질 때가 있다. 때로 그 마음의 균형을 잃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마음공부가 얼마나 깊고 어려운 길인지를 역설한다.

하여 참된 스승은 “나는 잘 모르오”라고 겸손히 말하며,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자세로 언제나 배우는 마음을 지닌다.

‘3 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 하여, 세 사람이 함께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겸허한 마음을 지켜야 한다. 진정한 도인은 자신을 내려놓고, 아는 것은 아는 대로,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를 지닌 자다. 지식과 명예, 그리고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그 모든 허상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마음은 자유롭고 맑아진다.

걸인도, 농부도, 일일 근로자도 그들의 자리에서 이미 큰 마음공부를 완성할 수 있다. 특별한 학문이나 외적인 권위가 없어도 자기 삶의 중심을 잃지 않고, 내면의 고요함을 지켜가는 이들은 참다운 지혜와 평화를 품은 이들이다. 그들은 삶 속에서 자기 자신과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그 자체로 깨달음의 증거를 보여준다.

마음공부란 결국, 세상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발견하며, 그 속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혜를 쌓아가는 길이다. 외형적 성취에 집착하기보다 내면의 깊은 중심을 단단히 세우고, 그 흔들림 없는 자리에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 길은 평생을 두고 이어가야 할 겸손하고 숭고한 여정이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다져간다. 그 중심에 머무는 순간, 우리는 이미 큰 공부를 완성한 자이며, 그 누구보다 깊고 넓은 지혜를 지닌 참된 자유인의 길을 걷는 것이다.


참 마음공부는 단지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며, 자신을 겸손히 내려놓는 데서 시작한다. 그 겸허함이 곧 가장 위대한 지혜임을 기억하자.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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