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을 부르다, 내가 먼저 울겠네

장상철 화백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장 화백 전시 리플릿


내 소중한 경복고 친구

장 화백


그는 암에 걸렸다.


지난해 2024년 7월 25 일

의사는 말했단다.


"1년밖에 살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올 2025년 5 월 개인전을 열었다.


의사 말대로면

약 25 일 남았다.


조금 전

장화백에게서 문자가 왔다.


"사랑했었네"









그대 이름을 부르다, 내가 먼저 울겠네
― 친구 장화백에게 보내는 청람의 글




장화백, 자네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나.
그때 우리는 젊었고, 세상이 우리 앞에 무한히 펼쳐진 양지였지.
자네의 붓 끝에서 태어난 생명들, 캔버스를 뚫고 나온 바람과 빛,
나는 그것들이 그저 그림이 아닌 자네 자신이라고 믿었네.

그런 자네가, 지금 병상에 누워 있구려.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이건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일어나게나, 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네.”
내가 자네의 손을 잡고,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단지 자네가 살아 있길 바라서만은 아니네.

자네가 사라지면
내 청춘도 사라지는 것 같아서.
자네가 눈을 감으면
세상에서 ‘멋’이라는 단어 하나가 함께 지워질 것 같아서.
자네의 웃음은 바람 같고,
자네의 눈빛은 하늘 같았네.
그렇게 맑고 깊은 사람을 나는 단 한 사람, 자네뿐이라 부르네.

장화백, 우리는 함께 많은 시간을 걸었지.
산을 타고, 술을 마시고, 밤새 시를 토하고,
자네의 작업실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자네가 내린 드립커피를 마시곤 했네.

우리는 그저 마주 보고 웃었지 ㅡ


“사랑하네…”
그 말, 자네가 내게 처음 해준 인사였네.
그 말 한마디에
내 이름 석 자보다 더 따뜻한 힘이 실렸고
세상 그 어떤 칭찬보다 사람을 살게 했네.

이제 그 말을, 내가 자네에게 돌려주고 싶네.
“사랑하네, 나의 소중한 장 화백.”
자네는 사람 중의 사람일세.
고통 앞에서도, 죽음 앞에서도
자네는 늘 고요했고, 품위 있었지.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네.
그렇게 조용히 가면
내가 자네 이름을 부르다 먼저 죽겠네.
이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자네 없는 세상을 나는 상상할 수 없네.

나는 오늘도 자네 병상 곁에서 속으로 울고 있네.
“장화백, 일어나게나.
붓도 아직 따뜻하고,
세상도 자네 그림을 더 원하고 있어.”

이토록 사랑받고, 이토록 존경받고,
이토록 ‘사람다운 사람’이,
그리 허망하게 갈 수는 없지 않나.

자네의 이름은 곧 하나의 풍경이었고,
자네의 존재는 나에겐 하나의 시대였네.

자네여,
가는 길이 있다면,
그곳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하늘의 여백에 자네의 색을 뿌려주게.

그러나 아직은 이르네.
자네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가
아직, 너무 살아 있네.

그대여,
잠시 더 머물게나.
내가 다 하지 못한 말들,
자네 귀에 조금만 더 속삭일 수 있게.


자네가 조금 전에 보낸

"사랑했었네"
이 말
어서 거두게나!


2025, 7, 1. 화

자네 친구
청람이 눈물로 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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