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봉도 시인의 '기도'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왕식


□ 하봉도 시인








기도



시인 하봉도




내가 누군가에게
햇살 같은 따스함 되길
기도할 때
내 마음이 먼저
따뜻해졌습니다

괴롭고 외로운
누군가의 위로가 되길
기도할 때
내 마음이 먼저
위로를 받았습니다

내가 미운 자를 위해
용서의 기도할 때
내 마음에 하얀 평화가 머물렀습니다

사랑할 수 없는 자를
사랑하는
용서치 못할 자를
용서하는
성자의 기도가 아니어도

그분 기뻐하는 기도는
나를 위한 축복되어
되돌아옵니다







하봉도 시인의 '기도'
ㅡ따뜻한 순환의 시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하봉도 시인은 삶이 곧 기도이다.
그는 화려했던 모든 삶 뒤로하고, 경기도 교외 고즈넉한 언덕 양지바른 곳에 터 잡아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의 시 '기도'는, 이 같은 연장선 상에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온유한 떨림을 언어의 결로 직조해 낸 작품이다.
이 시는 기도가 지닌 본래의 의미, 즉 타인을 위한 간구가 결국 자기 치유로 되돌아온다는 삶의 순환 법칙을 담담하면서도 고결하게 풀어낸다. 시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울리는 메아리는 묵직하며 독자의 가슴을 차분히 적셔낸다.

시의 시작은 "내가 누군가에게 / 햇살 같은 따스함 되길 / 기도할 때"라는 고백이다. 이 첫 연부터 시인은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내비친다. 그러나 그 기도가 지닌 신비는 곧이어 "내 마음이 먼저 / 따뜻해졌습니다"라는 자각으로 드러난다. 시적 화자는 남을 위한 기도 속에서 외려 자기 자신이 먼저 치유되고 따뜻해지는 경험을 한다. 이는 곧, 선의는 베푸는 자에게 먼저 빛으로 돌아온다는 섭리를 시적으로 체현한 것이다.

이어지는 연에서는 "괴롭고 외로운 / 누군가의 위로가 되길 / 기도할 때"를 언급하며,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려는 마음이 곧 자신에게 위로로 돌아오는 경험을 풀어낸다.
이처럼 시인은 ‘기도’라는 행위를 통해 이타적인 사랑이 순환적 구조로 작동함을 증명한다. 나아가 "내가 미운 자를 위해 / 용서의 기도할 때 / 내 마음에 하얀 평화가 머물렀습니다"라는 구절에서는,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마음의 행위인 ‘용서’조차 기도를 통해 이룰 수 있음을 노래한다.
여기서 ‘하얀 평화’는 용서의 결과이자, 시인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로서의 평온이다.

하봉도 시인의 삶의 철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난다. 그는 현실을 이상화하거나, 거대한 진리를 외치지 않는다. 외려 삶의 작고 내밀한 순간들에서 진실한 사랑과 자비를 찾고, 그 미세한 울림을 정직하게 시로 옮긴다.
그의 기도는 성자의 그것처럼 고결하지 않지만, ‘사랑할 수 없는 자를 / 사랑하고 / 용서치 못할 자를 / 용서하는’ 순간들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도달 가능한 성숙의 경지를 드러낸다.

이 시의 마지막 연은 그 정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분 기뻐하는 기도는 / 나를 위한 축복되어 / 되돌아옵니다”라는 구절은, 하늘을 향한 기도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은총의 회귀를 상징한다.
이는 기도가 단지 말을 넘어선 행위이며, 그 자체로 에너지의 원환임을 말해준다. 시인은 이 과정을 통해 영적인 평안을 얻고, 동시에 삶의 자세 또한 겸허하게 낮춘다.

하봉도 시인의 작품세계는 전반적으로 자비와 연민, 그리고 섬세한 감정의 관조를 중심에 두고 있다.
그의 시는 단순히 언어의 유희를 넘어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신성 사이의 다리를 놓는다. 그가 꿈꾸는 기도는 거창한 종교의례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의 손길이다.

'기도'는 삶이 고단한 이들에게 말없이 손을 내밀어주는 시다. 그리고 그 손길은 거창하지 않아서 더 아름답다. 이 시를 읽고 난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위해 조용히 기도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 시가 지닌 힘이자, 하봉도 시인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말 한 마디다.
"당신의 기도는, 당신을 치유할 것입니다."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 하봉도다. 그리고 그 시는 우리 안의 사랑을 조금 더 깨우게 만든다.



ㅡ 청람 김왕식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햇살의 이빨 아래서 ㅡ 시인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