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과 이육사 ㅡ 시인 청민 박철언

김왕식




□ 이육사









7월과 이육사



시인 청민 박철언





아아!
*264!
청포도와 푸른 바다
흰 돛단배와 하이얀 모시수건
낭만파 서정시인이라기보다는
끼닛거리를 걱정하고 잠잘 곳조차
마땅치 않은 채
열일곱 번이나 투옥당했던
열렬한 행동파 독립운동가

해방 1년 7개월 앞두고
베이징 형무소에서 39세를 일기로
애절하게 순국하다니!
7월이면
죽는 날까지 조국 독립의 꿈뿐이었던
그 님이 생각납니다
가슴 아프게!



* 이육사(264)라는 이름은 대구 형무소 복역 시의 수인번호 264에서 따온 것임


청민 박철언 시인은 1942년 8월 5일, 경상북도 성주에서 태어났다.

1961년에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5년 2월 26일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 이때 서울대학교 총장상을 수상했다.
1965년 고등고시 사법과 1차에 합격하였다.

한반도복지통일재단(이사장),
2001~ 변호사박철언법률사무소 변호사
2001~ 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시인ㆍ수필가




청민 시인의〈7월과 이육사〉
― 시대를 품은 겸허한 시인의 목소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민 박철언 시인의 시 '7월과 이육사'는 언어의 화려한 기교보다 진심의 울림으로 독자의 가슴을 두드리는 작품이다.
평생을 공직자로 살아온 이력이 시인의 시적 시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그 단단함은 감정의 진실함으로 승화된다. 이육사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시인은 문학이 기억해야 할 한 인간의 고결한 투쟁과 민족의 상처를 한 줄의 시로 되살려낸다.

“아아! 264!”라는 서두는 단순한 감탄이 아니라, 시인의 심장에서 끌어올린 통곡에 가깝다. 수인번호 하나가 시의 화두가 되고, 시적 정념의 심층이 된다.
이는 곧, 육사의 삶이 숫자조차 ‘이름’이 되도록 만든 시대의 비극을 상징하며, 독립을 향한 그의 정신이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강조한다.

이후 이어지는 시구들은 육사의 대표작인 '청포도'의 정서와 이미지를 상기시키며, 한 시인이 꿈꾼 ‘푸른 조국’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간극을 드러낸다.
“청포도와 푸른 바다 / 흰 돛단배와 하이얀 모시수건”은 그러한 이상향을 아름답게 펼쳐내지만, 곧바로 “끼닛거리를 걱정하고 잠잘 곳조차 마땅치 않은 채”라는 서술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이 대비는 청민 시인의 미학이 단순한 낭만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삶의 고통과 문학의 꿈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그는 철저히 현실적이다.

다만 여기서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육사의 생애에 대한 사실적 정보가 서술적 어조로 흐르며, 시의 서정성이 일시적으로 다소 약화되는 구간이 있다는 점이다.
“열일곱 번이나 투옥당했던 / 열렬한 행동파 독립운동가”와 같은 구절은 육사의 삶을 충실히 요약하지만, 시적 함축이나 이미지로 환치했다면 더욱 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수감의 횟수를 “열일곱 번의 문을 닫고 / 조국을 여는 문을 두드리다”와 같이 변형했더라면, 시의 운율과 감정의 여운이 한층 깊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후반부에서 시는 다시 정점을 향해 흐른다. “해방 1년 7개월 앞두고 / 베이징 형무소에서 39세를 일기로”라는 표현은 육사의 죽음을 연대기적으로 정직하게 묘사하며, 비극적 현실과의 정면 대면을 시도한다.
이어지는 “죽는 날까지 조국 독립의 꿈뿐이었던 / 그 님이 생각납니다 / 가슴 아프게!”는 시인의 진정성이 응축된 문장이며, 이육사를 넘어 오늘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적 촉구이기도 하다.

청민 박철언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문학이 단순한 감상의 도구가 아니라, 조국과 인간의 삶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윤리적 실천임을 보여준다.
그는 거창한 수사나 장황한 서사를 배제하고, 짧고 단단한 언어로 진심을 적는다. 문학이 삶을 향한 태도라면, 이 시는 그의 삶이 문학으로 환원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7월과 이육사'는 정치와 권력의 중심에서 한 시대를 살아낸 이가, 인생의 후반부에 선택한 또 하나의 실천의 방식으로서의 ‘문학’이 얼마나 겸허하고 진실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귀한 기록이다.
이육사의 이름을 부르며, 그는 자신을 돌아보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그 님처럼, 우리도 끝끝내 지켜야 할 신념이 있는가?” 그 질문 앞에, 독자는 침묵 대신 뜨거운 가슴으로 대답하게 된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두 사람의 마주 앉은 등불 앞에서

― 박철언 시인과 김왕식 평론가의 문학적 동행을 지켜보며



김철삼(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객원교수)




한 사람은 칼날 같은 시대를 가로지른 공직자의 길을 걸었고, 또 한 사람은 그 시대의 그늘까지 껴안으며 언어로 세상의 결을 어루만진 평론가였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듯 보였으나,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그들이 마주 앉은 등불 앞에 있다는 사실을 감동으로 바라본다.

박철언 시인의 시 「7월과 이육사」를 김왕식 평론가가 해석하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교향악처럼 느껴진다. 삶의 거친 풍랑을 견뎌낸 박 시인의 시는 마치 검게 그을린 나무기둥 같다. 그러나 그 속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다. 김 평론가는 그 불씨 위에 말없이 손을 내민다. 그 손은 나무의 무늬를 따라가며, 그 나무가 어디서 자랐는지를, 어떤 땅의 냄새를 품고 있는지를 온전히 읽어낸다.

두 사람은 ‘기억’과 ‘기록’을 나누는 사람들이다. 박철언 시인은 공직자의 이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었던 사적인 역사와 시대적 회한을 시로 써 내려간다. 그 시는 정치의 언어가 미처 닿지 못한 영혼의 언저리를 문학의 언어로 매만지는 작업이다. 반면 김왕식 평론가는 그 문장의 촉수를 따라, 언어의 결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시대의 숨결을 해석해 낸다.

나는 이 두 사람이 나누는 문학적 교류가 단순한 해석과 창작의 관계를 넘어선다고 믿는다. 이는 곧 문학이 현실과 격리된 신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의 구체성 속에서 더욱 빛난다는 증거다. 두 사람은 각자의 삶에서 다른 방식으로 치열했지만, 이제는 문학이라는 공통의 바다에서 서로의 노를 조용히 건네주고 있다.

박철언 시인이 꺼내든 ‘이육사’라는 상징은 그 자체로 시대를 견디는 영혼의 무게이며, 김왕식 평론가는 그것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도록 부드럽고도 단단한 언어의 닻으로 붙들어준다. 이들의 만남은 문학이 추억의 장식물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증언임을 보여준다.

이제 그들은 함께, 시대를 넘어서는 ‘문학의 둑’을 쌓아가고 있다. 한 사람은 강물처럼 흘러온 삶을 정제된 시어로 풀어내고, 다른 이는 그 흐름이 바다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굴곡을 문학적 연대기로 기록해 낸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이제, 각기 다른 빛깔의 등불이 되어 어둠 속 독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나는 확신한다. 이 둘의 만남은 단지 아름다운 우연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가 절실히 요청한 운명적인 조우이다. 문학의 본질은 결국 '진실과 겸허함'일 때 가장 빛난다. 박철언 시인의 겸허한 진심과, 김왕식 평론가의 날카로운 통찰이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저문 강가에 두 그림자가 함께 머무르듯, 한 줄기 시와 한 편의 평론이 서로의 외로움을 위로하며 시대의 연대를 만들어가는 풍경. 그것이 바로, 내가 오늘 이 두 사람의 동행을 감히 ‘문학적 기적’이라 부르고 싶은 이유이다.

ㅡ 김철삼 연세대 경제대학원 객원교수


□ 김철삼 연세대 경제대학원 객원교수





□ 청민 박철언 시인과 청람 김왕식 평론가

ㅡ전주 소양고택, 한국 청람문학회 창간호 기념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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