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주광일 선생의 삶의 철학 ㅡ 청람 김왕식

김왕식



□ 주광일 변호사,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국제모의 재판관으로서 활동하시는 모습






비틀거려도 곧게 서는 마음
— 주광일 선생의 삶의 철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은 곧은 마음이다. 바람은 수없이 방향을 바꾸고, 물결은 그 모양을 쉬이 흔든다. 그 속에서 ‘곧다’는 것은 단단함이라기보다, 부서지지 않는 유연한 중심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주광일 선생은 그런 사람이다. 그는 평생을 법과 사람 사이에 서서, 그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쓴 이였다.

법조인의 삶은 냉정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허나 주 선생의 법은 언제나 따뜻한 눈으로 사람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되었다. 법이란 약한 자를 보호하는 울타리여야 하며, 정의란 단지 판결문에 박힌 문장이 아니라, 길 위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후의 울림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여 그는 권력의 정점보다는 광장의 바닥을 지켰고, 높은 자리에 앉기보다는 시민들 틈에 섰다.

평생을 원칙으로 살아온 그에게도 세상은 때때로 난장판이었다. 정의가 외면받고, 진실이 뒤집히는 현실 속에서 그는 실망도, 분노도 느꼈다. 그러나 그는 그 감정을 폭력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행동으로 옮겼다. 거리로 나서고, 피켓을 들고, 어두운 새벽을 뚫고 한 자락의 양심을 지키고자 했다. 누구는 그걸 고집이라 말했지만, 그것은 신념이었다.

주광일 선생의 삶을 관통하는 중심축은 ‘국가에 대한 예의’다. 그는 국가를 섬기는 것을 권력에 굴복하는 것과 혼동하지 않았다. 국가란 사람이 모여 만든 약속이고, 그 약속을 깨뜨릴 때 가장 먼저 아파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한 이들이다. 그래서 그는 나라가 잘못된 길을 갈 때 침묵하지 않았고, 침묵 속에서도 마음을 세웠다.

그의 일상은 검소하다. 허름한 의자, 오래된 서류 가방, 빛바랜 노트 몇 권. 그러나 그 속에는 한 세대가 걸어온 궤적이 담겨 있다. 한 줄의 판결문에 묻어 있는 인간애, 한 장의 편지에 담긴 진심, 그 모든 것이 그의 삶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는 누군가에게 존경받기 위해 살아온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 살아왔다.

노년의 시간 속에서도 그는 세상을 향해 등을 돌리지 않는다. 외려 더 자주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더 깊이 시대를 껴안는다. 그는 자신이 늙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 걸었을 뿐이라고 한다. 걷다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지치면 잠시 앉았다가 다시 걸어가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인생의 태도다.

주광일 선생의 철학은 말로 가르치기보다, 삶으로 보여주는 가르침이다. 그는 큰소리 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지켜야 할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삶이야말로 가장 강한 삶이다. 세상은 흔들려도, 마음만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 주광일 선생은 그 이름으로 우리에게 ‘곧게 산다는 것’의 품격을 가르쳐준다.

비틀거려도 쓰러지지 않는 사람. 상처받아도 타인을 탓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끝내,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그의 인생은 그런 문장으로 요약될 것이다. 그 문장은 곧, 우리 모두가 잃지 말아야 할 삶의 나침반이 된다.




  

곧은 등불 하나
— 주광일 선생께 드리는 시




어둠이 짙어질수록
당신은 더 깊어졌다.
말보다 침묵으로
슬로건보다 걸음으로
이 땅의 낮은 곳을 밝혀온 등불,

법복보다 먼저 입으신 건
사람을 향한 연민이었고
시보다 앞선 당신의 문장은
양심으로 꾹꾹 눌러쓴 기록이었다.

한밤 광화문에서
비 내리는 피켓을 들고 선 당신은
누구보다 떨렸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비틀거리면서도
곧게, 곧게, 사람의 길을 걸었다.

시대가 등을 돌릴 때
당신은 등을 내어주셨다.
정의가 지쳐 무너질 때
당신은 그 자리를 가만히 세우셨다.

이름보다 삶이 앞섰고
목소리보다 눈빛이 깊었던 당신,
우리는 이제야
당신이 걸은 그 길이
기도였음을,
한 생애의 서사였음을 안다.

곧은 것들은 오래 남는다.
당신처럼, 말없이 빛나는 등불로.



ㅡ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

1943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1965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제5회 사법시험 합격하였다. 197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6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하였다.

검사로 있으면서 면도날이라고 불릴 만큼 일처리가 매섭고 깔끔하며 잔일까지도 직접 챙겨 부하검사들이 부담스러워했다. 10.26 사건 직후 합동수사본부에 파견돼 김재규 수사를 맡았으나 "개혁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원대복귀되기도 했다.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있을 때 자신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했던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 사건, 인천지방법원 집달관 비리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처리했다.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차장검사로 있던 1989년 9월 18일부터 나흘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지역법률가회의에 참석하여 '한국경제 발전 과정에 있어서의 외자도입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대전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있던 1992년 8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다닐 때 써두었던 사랑을 주제로 한 시 60편을 묶은 《저녁노을 속의 종소리》(도서출판 빛남) 등 다수의 시집을 출판했다.


끝으로
서울고검장

고충처리위원장을 역임하시고

지금은 시인ㆍ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주광일 시인



□ 김왕식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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