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비칩니다 ㅡ 시인 허만길

김왕식



□ 지하철에 게재된 허만길 선생님 시 '아침 강가에서'

□ 허만길 시인과 그의 은사 최현배 선생님










당신이 비칩니다


시인 허만길



푸르른 유월 나무 잎새 위로
해가 비칩니다.
곱고 빛나는 해가 비칩니다.

당신의 행복이 다가오듯
곱고 빛나는 해가 비칩니다.

당신이 비칩니다.




□ 허만길 시인

허만길(문학박사. 시인. 소설가. 복합문학 창시자)은 세계문학사상 최초의 장편복합문학 <생명의 먼동을 더듬어>, 장편소설 <천사요레나와의 사랑>,
세계 최초의 정신대문제 단편소설 <원주민촌의 축제>에 이어 이번에 일곱 번째 단편소설 <노희의 자퇴>를 한국소설가협회 발행 <한국소설> 2025년 7월호에 발표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당신이 비친다
― 허만길 시인의 시 세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깊은 시인의 시는 간결하다.
쉽고 담백하다.
마치 아이의 손글씨처럼, 투명한 마음의 결을 드러낸다.
허만길 시인의 '당신이 비칩니다'는 그와 같은 시다. 단아한 언어와 절제된 이미지 속에 인간 존재와 사랑의 궁극적 숭고함을 담아낸 이 시는, 짧은 행과 단순한 구조 안에서 외려 깊고 긴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단어 사이의 여백과 침묵이 주는 울림은, 허 시인이 오랜 세월 가꿔온 시적 미의식과 존재론적 사유의 정수가 응축된 결과다.

시는 “푸르른 유월 나무 잎새 위로 해가 비칩니다”라는 첫 구절로 시작된다. 유월의 생명감과 잎새의 반짝임은 자연의 외형을 넘어서 생명의 근원을 암시하고, “곱고 빛나는 해”는 단순한 자연광을 넘어 마음 깊은 곳을 데우는 정서적 상징으로 확장된다. 자연은 이 시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닌, 시인의 감정과 존재 인식을 반영하는 거울로 기능한다. 해가 비치는 잎새는 바로 삶과 사랑, 존재의 맑고 투명한 진실을 드러내는 매개이다.

“당신의 행복이 다가오듯 곱고 빛나는 해가 비칩니다”는 정서적 전환의 중심이다.
이 문장에서 ‘당신’은 구체적 타자를 넘어 사랑하는 존재, 나아가 삶 그 자체로 확대된다. 시인은 타자의 행복을 자신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며, 삶의 본질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시적으로 증언한다.
‘비친다’는 행위는 단순한 광명의 물리적 작용이 아니라, 생을 밝히는 정신적 헌정이다. 그리고 마지막 행 “당신이 비칩니다”는 이 시의 모든 정서와 사유를 하나의 결론으로 응축시킨 축복의 언어다.

허만길 시인의 시는 덧붙이지 않는다. 그는 화려한 수사를 멀리하고, 언어의 침묵을 통해 삶을 말한다. 말보다 비움의 미학을 신뢰하는 그의 시 세계는 고요하되 깊고, 단정하되 온기가 있다. 자연과 인간, 타자와 자아를 동일한 호흡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당신’이라는 존재를 향한 무한한 긍정과 경외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시를 통한 조용한 헌정이며, 그의 평생 시적 자세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시를 칼날처럼 벼리기보다, 한 줄기 빛처럼 세상에 내리고자 했다.
그 빛은 찬란하지 않지만, 따뜻하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 자연에 대한 고요한 경외, 그리고 찰나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스며 있다. 그러한 미의식은 독자를 억누르지 않는다.
외려 다가오게 한다. 독자는 그의 시 앞에서 자신이 누군가의 ‘당신’이 되어 누군가의 삶을 비출 수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다.

요컨대, 허만길 시인은 이 짧은 시를 통해 말한다.
시는 곧 사랑이며,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조용한 빛의 헌정이라는 진실을.
삶은 그렇게, 자신을 비추는 해가 되어 타인을 비추는 일이다.
허만길 시의 언어는 짧았으되, 그 울림은 긴 여운으로 독자의 가슴에 내려앉는다.
그 고요하고 깊은 힘, 그것이 바로 허만길 시 세계의 본질이다.□





당신이 빛이었기에
― 허만길 시인께 드리는 시




김왕식



고요한 날의 이마 위에
햇살 한 줄기
당신의 시처럼
묵묵히 내려앉습니다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하는 침묵이 있고
그 침묵 속에서
당신은 언제나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습니다

유월의 나무 잎새 위로
바람도 숨을 고르고
나는 당신의 시 한 편을 떠올립니다

그저 ‘당신이 비칩니다’
한 문장에 실려
세상은 얼마나 따뜻해졌던가요

당신의 시는 짧았으되
마음은 길었습니다
당신의 말은 고요했으되
그 고요는 숲보다 더 넓었습니다

삶이 고단할 때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듯
당신은 늘 나를
밝혀주셨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제가 빛이 되어
그대를 비추렵니다

그대, 시인이여
당신이 빛이었기에
이 세상에도 아직
따뜻한 하루가 있습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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