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구 시인의 시 ‘이어도의 아이들’을 읽고

김왕식



□ 이어도






이어도의 아이들




시인 황성구





이어도의 바람을 먹고 자라는
눈동자 맑은 꿈나무들이 있다
달빛에 젖은 꿈을 키우며
물결 따라 노래를 부른다
고래와 놀고 바다 새를 쫓으며
섬 아닌 섬에서 자라난 아이들
어느 날 불현듯 세상으로 나와
잠시 우리를 웃게 한다
어른들이 잊은 바다의 이름
그 아이들 입에선 다시 빛난다
"이어도", "이어도" 부르는 그 소리
파도보다 먼저 가슴에 닿는다
사라지지 않을 사랑의 씨앗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어도는 환상이 아니라
세상이 잃어버린 진실이라는 걸







바다의 이름으로 빛나는 진실
― 황성구 시인의 시 ‘이어도의 아이들’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황성구 시인의 시 ‘이어도의 아이들’은 단순한 해상지명 이상의 무게를 가진 ‘이어도’를 시적 상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시는 바다를 품은 나라, 그중에서도 해양대학 출신으로서 해양의식과 국토애를 내면에 깊이 새긴 시인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한 편의 시적 선언문이자 찬가다.

작품 속에서 ‘이어도의 바람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은 단순한 어린 존재가 아니라, 잃어버린 진실과 꿈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미래의 상징으로 자리한다. 바다 위 ‘섬 아닌 섬’에서 자라며 달빛을 먹고, 고래와 놀며 바다 새를 쫓는 그들은 신화 속 존재이면서도 현실 너머의 진실을 간직한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황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 곧 잃어버린 진실을 시로써 복원하려는 인간적 사명과 직결된다.

그의 시는 해양에 대한 지리적·정서적 이해를 넘어, 정신적 귀속의식으로 뿌리내린다. ‘어른들이 잊은 바다의 이름’을 아이들의 입을 통해 되살리는 장면은, 시인이 사회에 던지는 일종의 문학적 각성이다.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희미해진 해양의식, 그리고 이어도의 실체에 대한 망각을 시인은 시로써 꾸짖기보다는 순수한 아이들의 노래를 통해 은유적으로 일깨운다. 이는 그의 시 세계가 지닌 미의식의 정수다.

황성구 시인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인이 아니다. 그는 바다를 바라보되, 그 수평선 너머의 정신을 본다. 시 속 ‘이어도는 환상이 아니라 세상이 잃어버린 진실’이라는 구절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이는 시인이 평생 갈무리해 온 민족과 국토, 자연에 대한 신념이 시의 언어로 승화된 결과다. 그에게 바다는 ‘경계의 끝’이 아니라 ‘영토의 시작’이며, 그 시작점에 이어도가 존재한다.

‘이어도의 아이들’은 결국 ‘아이’와 ‘이어도’라는 이중 상징을 통해, 사라져 가는 가치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시적 복원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는 어린 존재를 통해 진실의 계승 가능성을 희망으로 제시하고, 물결 위에 부유하는 섬을 통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을 지혜롭게 통합해 낸다. 황성구 시인의 시는 단순한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시를 통한 가치의 수호이자 역사와 자연, 인간의 조화로운 미래를 꿈꾸는 사색의 결과물이다.

그의 작품은 결코 시적 수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수련과 해양 철학에 대한 진지한 몰입,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일관된 신념에서 비롯된 ‘말의 책임’이다.
이어도는 물 위의 바위가 아니라, 시인의 가슴에 떠 있는 진실의 섬이다. 이 시는 그 섬의 위치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섬을 기억하려는 마음이 있는지를 묻는 묵직한 시인의 질문이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황성구 시인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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