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광한루
청람
광한루 누각에 오른다
바람이 옷깃을 쓰다듬고
햇살은 기왓장 위에 눕는다
잠시 세상이 고요해진다
평화는 물결처럼 다가온다
이곳을 스쳐간 이름들
황희의 무게와 송강의 시심이
기둥에 스며 있다
산천은 말이 없고
사람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연못 가장자리,
잉어가 꿈을 꾼다
비늘마다 세월이 반짝이고
수면 아래엔 전설이 흐른다
저기 25살 여대생 하나
청아한 목소리로 사랑가를 부른다
사랑 사랑 내 사랑이로구나
그 소리에 하늘도 고개를 기울이고
세상 시름은 연못에 녹아내린다
성춘향과 이몽룡,
그들의 숨결은 아직 이곳을 맴돈다
월매의 마루, 오작교의 그림자
지금도 달빛은
사랑을 짓고 있다
광한루, 그 이름 아래
사랑은 오래도록 머무른다
사람이 가고
노래는 남는다